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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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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시가 넘어서 영채는 집에 돌아왔다. 형식은 영채의 집 문 밖까지 왔다가 자기 숙소로 돌아갔다. 청량리로서 다방골까
지 오는 동안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고, 서로 얼굴도 보지 아니하였다. 차마 말을 할 수도 없고, 서로 얼굴도 
볼 수가 없었음이라. 두 사람은 기쁜 줄도 슬픈 줄도 모르고,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도 생각지도 아니하였다. 두 사람
은 생각이 많기는 많으면서도 또한 아무 생각이 없음과 같았다. 줄여 말하면 두 사람은 아무 정신도 없이 집에 돌아온 
것이라.
영채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제 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소리를 내어 울며 쓰러졌다. 노파는 저편 방에서 
잠이 들어 있다가 울음 소리를 듣고 치마도 아니 입고 뛰어나와 영채의 방문 밖에 와서 영채의 울어 쓰러진 양을 보고,
"왜 늦었느냐, 왜 우느냐?" 하면서 영채의 찢어진 옷을 보았다. 그러고 고개를 끄덱끄덱하며 빙긋이 웃었다. '영채가
 오늘은 서방을 맞았구나' 하였다. 자기도 열오륙 세 적에는 영채와 같이 누구를 위하는지 모르게 정절을 지키던 것을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민감사의 아들에게 억지로 정절을 깨트림이 되던 일을 생각하였다.) 자기도 그때에 대어드는 민감
사의 아들을 팔로 떠밀다가 '이년!(괘씸한 년!)' 하는 책망을 듣고 울던 일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는 자기는
 기쁘게 남자를 보게 된 것을 생각하였다. 또 같은 남자와 오래 있기보다는 가끔 새로운 남자를 대하는 것이 더 즐겁던
 것도 생각하였다. '나는 열아홉 살 적에 적어도 백 명은 남자를 대하였는데' 하고 영채가 오늘에야 비로소 남자를 대
하게 된 것을 불쌍하게 여겼다. 그러고 영채가 지금까지 남자를 대하지 아니함으로 얼마큼 교만한 마음이 있어 항상 자기
를 멸시하는 빛이 있더니, 이제는 영채도 자기에게 대하여 큰소리를 못 하리라 하고 또 한번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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