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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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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채는 노파가 정성으로 베어 주는 배를 한쪽 받아 먹고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말한 것
도 고생이 아님이 아니요, 눈물 흘릴 일이 아님이 아니나, 이제부터 말할 것은 그보다 더한 슬픈 일이라. 혼자 이따금
 그 일을 생각만 하여도 진저리가 나는데 다른 사람을 대하여 그러한 일을 말하게 되니 더욱 비감도 하고, 또 일변 부
끄럽기도 하다. 영채는 이래 사오 년간에 사람도 퍽 많이 대하였고, 잠시나마 형제와 같이 친히 지내던 친구도 꽤 많았
었다. 혹 같은 친구들이 모여앉아서 신세 타령을 할 때에 여러 가지 못할 말 없이 다 하면서도 지금 형식에게 말하려는
 말은 아직 하여 본 적이 없다. 대개 이런 말을 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다만 그것 불쌍하다고나 할 따름이요, 깊이 자
기를 동정하여 주지 아니할 줄을 앎이라. 영채는 극히 절친한 친구에게라도 자기의 신분은 말하지 아니하고, 다만 자기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이웃 사람의 손에 일어났노라 할 뿐이었었다. 대개 그는 차마 그 아버지의 말을 할 수 없고 
그의 진정한 신세를 말할 수 없음이라. 이리하여 그는 슬픈 경력을 제 가슴속에 깊이깊이 간직하여 두었었다. 아마 그가
 일생에 형식을 만나지 아니하였슨들 그의 흉중에 쌓이고 (쌓인 회포와 맺히고 맺힌 원한은) 마침내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하고 말았을 것이었다) 세상에 사람이 많건마는 제 가슴속에 깊이깊이 간직한 회포를 들어 줄 사람이 몇이나 되리요.
 영채는 그 동안 지극히 마음이 괴로울 때에는, 혹 그 중에 자기를 가장 동정하는 사람을 구하여 한번 시원히 자기의 
신세 타령이나 하여 보리라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번 실컷 신세 타령을 하고 나면 얼마큼 몸이 가뜬하여지려니
 하였다. 그러나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이 다 자기를 희롱하고 잡아먹으려는 사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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