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Page 110 of 374
Author: 이광수
Time0:00
Speed (WPM)0.0
Accuracy100.0%
Press start and type the lines exactly as shown. · Backspace is disabled — keep going even after a mistake.
'나도 교육계에는 상당히 이름있는 사람인데' 하였다. 그러나 노파의 눈에는 부자가 있고 오입쟁이가 있을 따름이요, '
교육계에 상당한 이름있는 사람'은 없었다. 형식이가 만일 좋은 세비로 양복에 분홍 넥타이를 매고 술이 취하여 단장을
두르며 '여보게' 하고 들어왔던들 노파는 분주히 담뱃대를 놓고 마당에 뛰어내리며 '에그, 영감께서 오시는구랴' 하고
선웃음을 쳤으련마는, 굵은 모시 두루마기에 파리똥 묻은 맥고자를 쓰고, 술도 취하지 아니하고, 단장도 두르지 아니하고
, '여보게'도 부르지 아니하는 형식과 같은 사람은 노파의 보기에 극히 하등 사람이었다. 형식은 겨우 입을 열어,
"월향 씨 어디 갔소?" 하였다. 그러고는 곧 '월향'에게 '씨'자를 달아 부른 것을 한하였다. 그러나 형식은 아직
남의 이름에 '씨'자를 아니 달고 불러 본 적이 없다. 더구나 남의 여자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반드시 '씨'라는 존칭
을 붙이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다. 소위 '째운 사람'들은 여학생을 (보고는 '씨'를 달고 기생을 보고는 '씨'를) 달
지 아니할 줄을 알되, 형식은 여학생과 기생을 구별할 줄을 모른다. 형식의 생각에는 여학생이나 기생이나 사람은 마찬가
지 사람이라 한다. 그러므로 형식은 '월향'에 '씨'를 붙이는 것이 옳으리라 하여 한참 생각한 뒤에 있는 용기를 다하
여 '월향 씨 어디 갔소' 한 것이언마는 말을 하고 생각한즉 미상불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고 노파의 얼굴을 보았다.
노파는 웃음을 참는 듯이 입을 우물우물하더니,
"월향 씨가 손님 모시고 어디 갔소. 왜 그러시오?"
"어디 갔습니까?"
노파는 '이것이 과연 시골뜨기로구나' 하면서,
Press start and type the lines exactly as shown.
Not sta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