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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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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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소매로 눈물을 씻고, 무릎 위에 놓인 눈물에 젖은 영채의 편지를 눈이 가는 대로 여기저기 다시 보았다. 그러나
형식의 눈에는 그 편지의 글자가 자세히 보이지 않는 듯하였다. 형식은 편지를 둘둘 말아 방바닥에 내려놓고 그 편지와
동봉하였던 조고마한 봉투를 떼었다. 우선과 노파의 눈물 흐르는 눈은 다시 형식의 손에 있는 조고마한 봉투로 모였다.
형식은 그 봉투 속에 무슨 무거운 것이 있음을 보고, 봉투를 거꾸로 들어 자기의 무릎 위에 쏟았다. 빨간 명주 헝겊
으로 싼 길쭉한 것이 나온다. 형식은 실로 묶은 것을 끊고 그 명주 헝겊을 풀었다. 명주 헝겊 속에서 여러 해 묵은
듯한 장지 뭉텅이가 나온다. 형식은 그 뭉텅이를 들고 무엇을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그 장지 뭉텅이를 폈다.
형식은 "응!" 하고 놀라는 소리를 발한다. 우선과 노파의 눈은 그 뭉텅이로부터 형식의 얼굴로 옮았다. 그러고 형식의
뚝 부릅뜬 눈에는 새 눈물이 고임을 보았다. 우선과 노파의 눈은 다시 형식의 떨리는 손에 든 장지 조각으로 옮았다.
그 장지 조각에는 ㄱㄴㄷ과 가나다를 썼다. 아이들이 처음 언문을 배울 때에 써 가지는 것이었다. 그 글씨는 어리더라
. 형식은 체면도 보지 아니하고 그 장지 조각에 이마를 비비며 소리를 내어 운다. 우선과 노파는 웬일인지 모르고 형식
의 들먹들먹하는 등만 본다. 형식은 안타까운 듯이 그 종이에다 얼굴을 부비며 더욱 우는 소리를 높인다. 우선도 눈에
새로 눈물이 돌면서도 '형식은 어린애로다' 하였다. 형식은 십여 년 전 생각을 한다. 형식이 처음 박진사의 집에 갔을
때에는 영채의 나이 여덟 살이었었다. 그때에 영채는『천자문(千字文)』과『동몽선습(童蒙先習)』과『계몽편(啓蒙篇)』과『
무제시(無題詩)』를 읽었더라. 그러나 아직도 언문을 배우지 못하였더라. 한번은 박진사가 '국문을 배워야지' 하면서 좋
은 장지에 가나다를 써주었다. 그러나 어린 영채는 밖에 가지고 나가 놀다가 어디서 그 종이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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