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Page 27 of 374
Author: 이광수
Time0:00
Speed (WPM)0.0
Accuracy100.0%
Press start and type the lines exactly as shown. · Backspace is disabled — keep going even after a mistake.
"글쎄 말씀을 들으십시오. 지금 저를 데려가려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외다그려. 여러 사람들은 그 사람을 무서워하는지
아무 말도 없이 빙글빙글 웃기만 합데다. 저는 울면서 빌다 빌다 못하여 마침내 사람 살리시오 하고 힘껏 소리를 내어
울었습니다. 제 울음 소리에 개들이 야단을 쳐 짖는데 그 중에 제가 데리고 온 개 소리도 납데다. 그제는 그 사람이
수건으로 제 입을 꼭 동여매더니 억지로 뒤쳐업고 나갑데다. 방에 있던 사람들은 내다보지도 아니하고 문을 닫칩데다"
하고 잠시 말을 그친다.
형식은 영채의 기구한 운명을 듣고 자기의 어렸을 때에 고생하던 것에 대조하여 한참 망연하였었다. 영채는 그 악한에게
붙들려 장차 어찌 되려는가. 그 악한은 영채의 어여쁜 태도를 탐하여 못된 욕심을 채우려 하는가. 또는 영채의 몸을 팔
아 술과 노름의 밑천을 만들려 함인가. 아무려나, 영채의 몸이 그 악한에게 더럽혀지지나 아니하였으면 하였다. 그리하고
영채의 얼굴과 몸을 다시 자세히 보았다. 대개 여자가 남자를 보면 얼굴과 체격에 변동이 생기는 줄을 앎이다. 어찌
보면 아직 처녀인 듯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이미 남자에게 몸을 허한 듯도 하다. 더구나 그 곱게 다스린 눈썹과 이마
와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가 아무리 하여도 아직도 순결한 처녀같이 보이지 아니한다. 형식은 영채에게 대하여 갑자기 싫
은 마음이 생긴다. 저 계집이 이때까지 누군지 알 수 없는 수없는 남자에게 몸을 허하지나 아니하였는가. 지금 자기 신
세 타령을 하는 저 입으로 별의별 더러운 남의 입술을 빨고, 별의별 더러운 남의 마음을 호리는 말을 하던 입이 아닌가
. 지금 여기 와서 이러한 소리를 하고 가장 얌전한 체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육칠 년 전의 애정을 이용하여 나를 휘
어넘기려는 휼계(譎計)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선형을 생각하였다. 선형은 참 아름다운 처녀라. 얼굴도 아름답
거니와 마음조차 아름다운 처녀라. 저 선형과 이 영채를 비교하면 실로 선녀와 매음녀의 차이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또 한번 영채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맑은 눈물이 고이고 얼굴에는 거룩하다고 할 만한 슬픈 빛이 보인다. 더욱이 아
무 상관없는 노파가 영채의 손을 잡고 주름잡힌 두 뺨에 거짓없는 눈물을 흘림을 볼 때에 형식의 마음은 또 변하였다.
아니다, 아니다. 내가 죄로다. 영채는 나를 잊지 아니하고 이처럼 찾아와서 제 부모나 형제를 만난 모양으로 반갑게 제
신세를 말하거늘, 내가 이러한 괘씸한 생각을 함은 영채에게 대하여 큰 죄를 범함이로다.
Press start and type the lines exactly as shown.
Not sta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