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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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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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에는 부친을 빼어 놓고 온 가족이 모여앉아서 밀국수를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하였다. 영채는 여학생의 곁에 잠자
코 가만히 앉았다. 오라비는 영채에게 대하여 어려운 생각이 나는지 한참 이야기하다가 밖으로 나가고 여자들만 모여앉았다
. 여학생은 쾌활하게 조모와 모친과 형수(오라범댁)를 번갈아 보아 가며, 동경서 일 년 동안 지내던 이야기를 한다.
조모는 이따금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 중에도 형수가 제일 재미있게 듣는다. 모친은 딸의 이야기는 듣는지 마는
지 먹을 것만 주선하며 이따금 딸의 이야기에는 상관도 없는 질문을 한다. 딸이, "어머닌 남의 말은 아니 듣고" 하면
, "왜 안 들어. 어서 해라" 하기는 하면서도 또 딴소리를 하여서는 젊은 사람들을 웃긴다. 영채도 남을 따라서 웃었
다. 실상 모친은 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조모는 더구나 알아듣지 못한다.) 조모는 웃기도 그치고 하품을 시
작한다. 형수와 영채만이 턱을 받치고 재미나게 듣는다. 얼마 있다가 모친도 졸린지 눈이 껌벅이며 눈물이 흐른다. (모
친이) 일어나 베개를 내려 조모께 드리며,
"어머님께서는 주무십시오. 그 애들 지껄이는 것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하고 자기도 팔을 베고 눕는다. 두 노
인은 잠이 들고 세 청년만 늦도록 이야기를 하였다. 셋은 즐거웠다. 영채도 형수와 친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에는 셋이
한자리에서 가지런히 누워 잤다. 영채는 늦도록 잠이 아니 들었으나 마침내 잠이 들어서 꿈에 월화를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혼자 웃었다. 죽으러 가던 몸이, 어젯저녁에 죽었을 몸이,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을 생각하니 우습다.
그러나 자기의 전도는 어찌 될는지 걱정이었다.
여학생의 이름은 병욱이다. 자기 말을 듣건대 처음 이름은 병옥이었으나 너무 부드럽고 너무 여성적이므로 병목이라고 고쳤
다가, 그것은 또 너무 억세고 남성적이므로 그 중간을 잡아 병욱이라고 지은 것이라 하며 영채더러 하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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