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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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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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형식에게 편지 한 장이 왔다. 황주 김병국의 편지다. 그 편에는 이러한 말이 있다.
"내가 내외간에 애정이 없는 것도 형도 아는 일이어니와 근래에 와서 더욱 심하게 되었다. 내 아내에게 결점이 있는 것
도 아니요, 내 마음이 방탕해서 그런 것도 아니라. 나는 근래에 극렬한 적막의 비애를 느끼게 되었고, 이 비애는 결코
내 아내의 능히 위로하여 줄 바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구한다. 무엇을 구한다는 것보다 어떤 사람을 구한다. 그러고
그 사람은 이성(異性)인 것 같다. 나는 그 사람을 못 구하면 죽을 것같이 적막하다. 그래서 억지로 내 아내를 사랑
하려 한다. 그러나 힘쓰면 힘쓸수록 더욱 멀어져 간다.
내 누이가 돌아왔다. 누이를 대하면 매우 유쾌하다. 또 누이도 내 마음을 알아주어서 여러 가지로 위로도 하여 준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못 얻는 정신적 위안을 누이에게서 얻으려 하였다. 그래서 과연 얻었다. 그러나 나는 새로운 사실
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누이의 사랑에는 한정이 있다' 함이다. 나는 이제는 누이의 사랑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 내가 구하던 것은 오직 정신적 위안뿐인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비로소 그렇지 아니한 줄을 깨달았다. 즉 나의 요구
하는 것은 정신적이라든가 육적(肉的)이라든가 하는 부분적 사랑이 아니요, (영육(靈肉)을 합한) 전인격(全人格)의 사
랑인 줄을 깨달았다.
그런데 한 이성(異性)이 내 앞에 나섰다. 나는 견딜 수 없이 그에게 끌려진다. 나는 지금 의리와 사랑의 두 사이에
끼어서 더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
이러한 긴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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