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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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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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영채가 대문 밖으로서 뛰어들어오다가 병국을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병국도 얼른 일어나서 답례한다. 영
채는 뒷산에서 뜯어온 붓꽃〔花菖蒲〕 한줌을 병욱에게 준다. 병욱은 그 꽃을 받아 들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더니 절
반을 갈라 들며,
"이것은 오빠 책상 위에 꽂아 드려요. 이것은 우리 둘이 가지고."
모레 떠난다고 하였으나 병욱의 자친의 반대로 일주일 후에 떠나게 되었다. 만류하는 그 자친의 말은 이러하였다.
"일년 동안이나 그립게 지내다가 만났는데 한 달이 못 되어서 간다고 그러느냐. 너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아니한 게로구나
. 저 무명밭에 너 줄 양으로 심은 참외와 수박 다 따먹고 가거라."
이 말에는 반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번은 병욱이가 영채더러,
"어떠니, 어머님의 정이?" 하고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영채도 부친의 생각이 나서 소매로 눈을 씻었다.
날마다 낮밥때가 지나면 병욱과 영채는 집에서 한 삼 마장 되는 양지편 무명밭에 가서 참외와 수박을 따가지고 밭모퉁이에
가지런히 앉아서 여러 가지로 꿈 같은 장래를 말하면서 맛나게 먹었다. 어떤 때에는 병국의 부인도 같이 나와서 삼인이
정좌(鼎坐)하여 해 가는 줄을 모르고 이야기를 하는 일도 있다. 마침 그 무명밭이 길체에 있으므로 그 곁으로 다니는
사람도 없이 아주 고요하다. 하루는 병국의 부인이,
"아버님께서는 목화에 해롭다고 참외나 수박은 일절 넣지 말라는 것을 어머님께서 기어이 넣어야 된다고 하셔서 나와 둘이
서 이 참외와 수박을 심었지요" 하였다.
병욱은 밭고랑으로 거닐면서 아름답게 매어달린 참외와 수박을 한바탕 시찰하더니, 그 중에서 얼룩얼룩한 참외를 하나 따가
지고 나오면서,
"이놈은 어째서 이렇게 얼룩얼룩해요? 어째서 어떤 놈은 꺼멓고, 어떤 놈은 희고, 어떤 놈은 이렇게 얼룩얼룩할까. 암
만 다니면서 보아도 꼭 같은 놈은 하나도 없으니......."
"다 같으면 재미가 있겠어요. 사람도 그렇지" 하고 영채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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