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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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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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한 달의 세월도 퍽 멀다. 영채는 차차 아버지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그 무섭게 여위고 침한(수척한
) 얼굴과 움쑥 들어간 눈과 황톳물 들인 옷과 그 수염 많이 난 간수와 쇠줄을 허리에 매고 똥통을 나르던 사람들의 생
각이 나기 시작한다. 영채는 제가 입은 곱고 따뜻한 의복을 볼 때마다, 아침 저녁 먹는 맛나는 음식을 볼 때마다 아버
지의 가엾은 모양이 눈에 보인다. 영채는 점점 쾌활한 빛이 없어지고 음식도 잘 먹지 아니하고 가끔 혼자 앉아서 울기도
하였다. 부인과 그 처녀는 여전히 다정하게 위로하여 주건마는 그 위로를 받는 것도 잠시 몇 날이요, 부인도 처녀도
없는 데 혼자 앉았으면 자연히 눈물이 흐른다. 영채는 어찌하여 그 아버지와 두 오라버니를 구원하지 못할까. 옥에서 나
오게 할 수가 없을까. 아주 나오게는 하지 못하더라도 옷이라도 좀 깨끗이 입고 음식이나 맛나는 것을 잡수시도록 할 수
가 없을까. 들으니, 감옥에서는 콩 절반 쌀 절반 두고 지은 밥을 먹는다는데, 아버지께서 저렇게 수척하심도 나 많은
이가 음식이 부족하여 그러함이 아닌가. 옛날 책을 보면, 혹 어떤 처녀가 제 몸을 팔아서 죄에 빠진 부모를 구원하였다
는데, 나도 그렇게나 하였으면...... 이렇게 생각하고 영채가 하루는 그 사람에게 이 뜻을 고하였다. 그 사람은 영
채의 뜻을 칭찬하면서, "돈만 있으면 음식도 들일 수 있고, 혹 옥에서 나오시게도 할 수 있건마는......" 하고
영채의 얼굴을 보았다. 영채는 옛말을 생각하였다. 그때 아버지께서 제 몸을 팔아 그 돈으로 그 아버지의 죄를 속한 옛
날 처녀의 말을 들을 제, 아직 열 살이 넘지 못하였던 영채는 눈물을 흘리며 나도 그리하였으면 한 일이 있음을 생각하
였다. 영채는 그 사람이, '돈만 있으면 음식도 들일 수도 있고 혹 옥에서 나오시게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
도 그렇게 할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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