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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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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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영채는 기생이 된 것이라. 영채는 결코 기생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요, 행여나 늙으신 부친을 구원할까
하고 기생이 된 것이라. 기실 제 몸을 판 돈으로 부친과 형제를 구원치만 못할 뿐더러 주선하여 주마 하던 그 사람이
영채의 몸값 이백 원을 받아 가지고 집과 아내도 다 내어버리고 어디로 도망을 갔건마는, 또 영채가 그 부친을 구하려고
제 몸을 팔아 기생이 되었단 말을 듣고 그 아버지가 절식 자살을 하였건마는―그러나 영채가 기생이 된 것은 제가 되고
싶어 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늙으신 부친과 형제를 구원하려고 하였다.
그렇건마는 이 줄을 누가 알아주랴. 하늘과 신명은 알건마는 화식 먹는 사람이야 이 줄을 누가 알아주랴. 내가 이제 이
런 말을 한들 형식이가 이 말을 믿어 주랴. 아마도 네가 행실이 부정하여 창기의 몸이 되었거늘, 이제 와서 점점 낫살
이 많아 가고 창기생활에 염증이 나므로 네가 나를 속임이로다, 하고 도리어 나를 비웃지 아니할까. 내가 기생이 된 지
이삼 삭 후에 감옥에 아버지를 찾았더니, 아버지께서 내가 기생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와락 성을 내어, "이년아! 이
우리 빛난 가문을 더럽히는 년아! 어린 계집이 뉘 꼬임에 들어 벌써 몸을 더럽혔느냐!" 하고 내가 행실이 부정하여
기생이 된 줄로 알으시고 마침내 자살까지 하셨거든, 부모조차 이러하거든 하물며 형식이야 어찌 내 말을 신용을 하랴.
오늘 아침 형식을 찾으려고 결심할 때에는 형식에게 그 동안 지내 온 말을 다 하려 하였더니, 이러한 생각이 나매 그만
그러한 결심도 다 풀어지고, 슬픈 생각과 원망스러운 생각만 가슴에 북받쳐 오를 뿐이다. 아아, 세상에는 다시 내 진
정을 들어 줄 곳이 없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영채는 후 하고 한숨을 쉬며 눈물을 씻고 형식과 노파를 보았다. 형식은 다정한 눈으로 영채의 얼굴을
보며 그 후에 지내 온 이야기를 기다리고, 노파는 영채의 등을 어루만지며 코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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