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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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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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향은 땀을 발발 흘리고 형식의 뒤로 따라가면서 아까 자기가 형식에게 오빠 하고 부르던 생각이 난다. 계향은 아직도
오빠라고 불러 본 사람이 없었다. 계향은 그 어머니의 외딸이요, 또 그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자세히 모르므로 아는 친척
도 없었다. 그러므로 계향이가 형님 하고 부르는 사람은 이삼 인 되건마는 오빠 하고 부를 사람은 없었다. 계향뿐 아니
라 계향의 주위에는 오빠, 누나 하고 지내는 사람이 별로 없다. 계향이 있는 사회는 대개 여자의 사회요, 대하는 남자
는 대개 기생집이라고 놀러 오는 손님뿐이었다. 계향은 처음 오빠 하고 불러 본 것이 매우 기뻤다. 아까 담뱃불을 붙여
줄 때보다 형식이가 더 정답게 보인다 하였다. 그러고 한번 더 오빠라고 불러 보고 싶었다. 두 사람은 죄인들의 무덤
있는 곳에 다다랐다.
계향은 앞서서 가지런히 있는 세 무덤을 찾았다. 여러 해 동안에 비에 씻겨 내려 원래 작던 무덤이 거의 평지와 같이
되었다. 처음에는 나무패를 써 박았던 듯하여 썩어진 조각이 무덤 앞에 떨어졌다. 그 곁에도 그와 같은 무덤이 수십 개
나 된다. 어떠한 무덤에는 서너 치 넓이 되는 나무패가 아직도 새로운 대로 있다. 계향은 그 셋이 가지런히 있는 무덤
을 가리키면서,
"이것이 월향 형님의 아버지의 무덤이요, 이것이 두 오라버지(오라버니)의 무덤이야요" 하며 이전에 월향과 같이 왔던
생각을 한다. 계향은 월향을 따라 서너 번이나 이 무덤에 왔었다. 그 중에도 지난봄 월향이가 서울로 가려 할 때에,
월향은 술을 한 병 가지고 계향을 데리고 왔었다. 그때는 따뜻한 늦은 봄날, 이 불쌍한 자들의 무덤 곁에는 이름 모를
조고마한 꽃이 피고, 보통 벌에는 새로난 수수와 조가 부드러운 바람에 가볍게 물결이 지더라. 월향은 그 아버지의 무
덤 앞에 술을 따라 놓고 말없이 한참이나 울다가 곁에서 우는 계향의 등을 만지며 자기가 서울을 가거든 네가 한 해에
두 번씩 이 무덤을 찾아보아 달라 하였다. 그때에 계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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