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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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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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욱은 수박의 뚜께를 떼고 거기다가 꿀을 넣어 두었다가 아랫목에 누운 조모께 드린다. 조모는 어린애 모양으로 쪼그라진
볼에 웃음을 띠며 맛나는 듯이 그것을 먹는다. 병욱은 기쁘게 보고 앉았다가 이따금 숟가락으로 수박 속을 파드린다.
거의 다 먹고 나서는 으레 병욱을 보고 웃으며, "에그, 자라기도 자랐다. 저렇게 큰 것이 왜 시집가기를 싫어하는고"
하고는 앉은 대로 몸을 한 걸음 끌어다가 병욱의 등을 두드리고, "이제 네가 가면 다시는 보지 못할까 보다" 하고
한숨을 쉰다. 그때마다 병욱은,
"왜 그래요. 할머니께서는 아흔까지는 걱정 없어요" 하고 크게 소리를 치면, 겨우 들리는 듯이 흥흥 하며,
"아흔까지!" 하고 만다. 지금 일흔셋이니까 아흔까지면 아직도 십칠 년이 있다.
'내가 그렇게 살까?' 하는 듯하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듯도 하다.
이따금 손녀더러 바이올린을 해보라고 한다. 병욱은 시키는 대로 바이올린을 타면서 곁에 앉은 영채더러,
"듣기는 네가 해라. 할머니(는) 눈으로 들으시니까" 하고 둘이서 웃으면 조모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면서 자기도 웃는다
. 그러고는 병욱이가 고개를 기울이고 활을 당기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앉았다가는 오 분이 못 하여서 대개는 껌벅껌벅
존다. 그러면 젊은 두 처녀는 마주보고 웃으며 자기네끼리만 즐거워한다.
모친은 멀리로 가려는 딸을 위하여서 여러 가지로 맛나는 것을 시킨다. 손수 쌀을 담가서 떡도 만들고 닭도 잡아 주고.
..... 그러고는 딸들이 맛나게 먹는 것을 우두커니 보고 앉았다. 부친도 딸을 위해서 쇠갈비 한 짝을 사오고 병국도
성내에 들어가서 과자와 귤과 사이다 같은 것을 사온다. 그러고 병욱과 영채는 무명밭에 가서 참외와 수박을 따다가 혹
은 꿀을 두고, 혹은 사탕을 두어서, 혹은 하룻밤을 재우기도 하고, 혹은 우물에 넣어 식히기도 하여 내어놓는다. 한번
은 영채가 홀로 꿀 버무린 수박을 부친께 드렸다. 부친은 좀 의외인 듯이 그것을 받아서 숟가락으로 맛나게 떠넣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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