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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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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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채는 혼자 생각에, 저 부인은 그 사람의 부인, 저 처녀는 그 사람의 누이라 하였다. 왜 어머니가 없는가. 그 사람
의 어머니가 계실 듯한데, 아마 우리 조모님 모양으로 늙어서 죽었나 보다 하였다. 모든 것이 영채의 상상하던 바와 같
으므로 영채는 아주 마음을 놓았다. 더구나 그 사람의 누이인 듯한 처녀가 있고 또 다른 남자가 없으니 더욱 좋다 하였
다. 그 집 식구들은 다 영채를 사랑하였다. 그날 저녁에 영채는 생각하던 바와 같이 오래간만에 고깃국에 맛나는 밥을
먹었다. 식후에 그 사람은 어디로 나가고, 영채는 그 부인과 처녀와 함께 불을 켜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처녀는 영
채를 남자로 알매, 말을 많이 하지 아니하나, 부인은 여러 가지로 영채의 신세를 물었다. 영채는 그 부인이 다정하게
혹 머리도 쓸어 주며 손도 만져 줌을 보고 하도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의 신세를 말하였다. 자기가 부친과 오라
비를 찾아 남자의 모양을 하고 외가에서 도망한 일과, 오다가 중로에서 여러 가지로 곤란당하던 일을 자세히 말할 때에,
그 처녀는 눈이 둥글하여지고, 부인은 영채의 등을 만지고 목을 쓸어안으면서 울었다. 영채의 말을 다 듣고 나서, 부
인은 치맛고름으로 눈물을 씻으며, '어째 네 얼굴이 여자 같다 하고 이상히 여겼다' 하면서 장을 열고 새로 지어 둔
옷 한 벌을 내어 주었다. 영채는 두어 번 사양하다가 마침내 입었다. 그러고는 세 사람이 더욱 정이 들어 웃고 이야기
하였다. 그 중에도 지금까지 시치미떼고 앉았던 그 처녀가 갑자기 웃고 영채의 손을 잡으며 다정히 말하게 되었다. 영채
는 아버지와 오라버니 일도 잠시 잊어버리고 없어진 집에 새로 돌아온 모양으로 기뻐하였다. 밤이 깊은 뒤에 그 사람이
돌아와서 부인께 영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러고는 일동이 웃었다. 이렇게 며칠을 지내며 어서 한 달이 지나가서
다시 아버지를 뵈옵고 이러한 큰 은인의 말을 하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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