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e · 무정
Page 309 sur 374
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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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 감사합니다" 하고 영채가 고개를 숙인다.
이러한 말을 하는 동안에 차가 벌써 걸음을 멈추며, "사리잉, 사리잉!" 하는 역부의 소리가 들린다. 병국은 모자를
벗고, "그러면 잘들 가거라" 하고 뛰어서 차를 내린다. 내려서 두 사람이 앉은 창 밑에 와서 선다. 두 사람도 내다
본다. 몇 사람이 뛰어내리고 뛰어오르기가 바쁘게 또 차장의 호각 소리가 난다. 차가 움직인다. 병국은 모자를 높이 든
다. 두 사람도 손을 내어두르며 고개를 숙인다. 병국은 차차 작아 가는 두 팔과 머리를 보고, 두 사람은 차차 작아
가는 모자를 두르는 병국을 보았다.
영채는 왜 그런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여진다. 그래서 정신이 황홀하여지는 듯하였다. 병욱은 슬적슬적 영채의 낯빛을 살
피더니 영채를 웃기려고,
"얘, 너 그때에 눈에 석탄재가 들어가서 울던 생각 나니?" 하고 자기가 먼저 웃는다. 영채도 웃는다. 병욱은,
"석탄 가루 들어간 것이 그렇게 아프더냐?"
"누가 그것이 아파서 울었나. 자연히 화가 나서 울었지" 하고 그때 생각을 하여 눈을 한번 감았다 뜨고 웃는다.
"아무려나 그때에 네가 우는 얼굴이 어떻게 예뻐 보이든지...... 내가 남자면 당장에 홀리겠더라."
"에그, 그런 소리만 하시지!" 하고 영채가 손으로 병욱의 무릎을 때린다.
"얘, 잠깐 서울 들러 가자."
"에그, 싫여요. 누가 보면 어쩌나."
"서울서는 지금 네가 죽은 줄 알겠구나. 그 이형식 씬가 한 이도."
"아마 그럴 테지요. 실상 죽었으니깐."
"누가? 네가? 왜?"
"그때, 나는 벌써 죽지 않았어요? 언니께서 얼굴 씻어 주실 때에."
"그러고 부활을 했구나."
"암, 부활이지. 참, 언니 아니더면 꼭 죽었어요. 벌써 다 썩어졌겠네."
"썩도록 깃허(붙어) 있나."
"그러면 어쩌고?"
"고기가 다 뜯어먹고 말지."
"그렇게 큰 것을 고기가 다 어떻게 먹어요?" 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병욱은,
"얘, 네가 처음 나를 볼 때에 어떻게 생각했니?"
"웬 일본 여자가 이렇게 조선말을 잘하고 친절하게 하는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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