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e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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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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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고마한 구녁으로 내어다보는 그 아버지의 몹시 주름잡히고 여윈 얼굴, 움쑥 들어간 눈, 이전에는 그렇게 보기 좋던 백
설 같은 수염도 조곰도 다스리지를 아니하여 마치 흐트러진 머리카락처럼 되고, 그 중에도 가장 영채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황톳물 묻은 흉물스러운 옷이라. 감옥 문 밖에 다다랐을 적에 이 흉물스러운 황톳물 옷을 입고 짚으로 결은 이상
한 갓을 쓰고 굵은 쇠사슬을 절절 끌며 무슨 둥글한 똥내 나는 통을 메고 다니는 양을 볼 때에, 이러한 모양을 처음
보는 영채는 어렸을 때부터 무서워하던 어뷔나 귀신을 보는 듯하여 치가 떨렸다. 저것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일까. 아마도
저것들은 무슨 몹쓸 큰 죄악을 지은 놈이라 하였다. 그러고 영채가 그 곁으로 지나올 때에 그 흉물스러운 사람들이 이
상하게 힐끗힐끗 자기를 보는 양을 보고 몸에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운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철없는 영채는 자기 아버지
도 저러한 모양을 하였으려니 하고 생각하지는 아니하였다. 영채는 자기 아버지가 이전 자기집 사랑에 앉았을 때 모양으로
깨끗한 두루마기에 깨끗한 버선을 신고, 책상을 앞에 놓고 책을 읽으며 여러 젊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으려니 하였다.
그래서 저는 평양에 올 때까지는 죽을 고생을 다하였거니와 아버지를 만나기만 하면 평생 아버지의 곁에 있어 아버지의
심부름도 하고 옷도 빨아 다려 드리고, 이전 모양으로 오래간만에 재미있던 소학과 열녀전과 시경도 배우려니 하였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늘 웃는 빛이요, 아버지의 눈에는 늘 광명이 있고, 아버지의 말소리는 늘 정이 있고, 힘이 있으려니
하였다. 대합실에서 두 시간이나 넘어 기다리다가, 간수에게 이끌려 들어갈 적에 영채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흐를 뻔하였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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