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e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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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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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중에 제일 유세력한 것이 셋이니, 즉 암펌, 여우 및 개다. 암펌이라 함은 혹독하다는 뜻이요, 여우라 함은 간특
하다는 뜻이어니와, 개라 함은 자못 뜻이 깊다. 첫째, 배학감이 교주 김남작의 발을 핥고 똥을 먹으며 독일식 정탐견
노릇을 한다 함이니, 배학감은 아랫사람에게 대하여 혹독하게 하던 것과 달라, 자기보다 한층 높은 사람을 대하여서는 마
치 오래 먹인 개가 그 주인을 보고 꼬리를 두르며 발굽을 핥는 모양으로 국궁돈수(鞠躬頓首)가 무소부지(無所不至)며,
조곰 아랫사람에게 대하여서는 일부러 몸을 뒤로 젖히고 혀가 안으로 가들어(기어)들다가도 한층 윗사람 앞에 나아가면 전
신의 근육이 탁 풀어져 고개와 허리가 저절로 굽어지며 혀의 힘줄이 늘어나 말에 '하시옵', '하옵시겠삽' 같은 경어란
경어를 있는 대로 주워다가 바친다. 이리하여 용하게도 교주 김남작의 신용을 얻어 배명식이라면 김남작의 유일한 청년
친구라. 이리하여 배학감은 동료와 학생 간에는 지극히 비평이 나쁘되, 김남작을 머리로 하여 소위 상류계급에는 지극히
신용이 깊다. 이러므로 아무리 동료와 학생들이 배학감을 배척하여도 배학감의 지위는 반석같이 공고한 것이라. 둘째, 동
료 중에 자기의 시키는 말을 듣지 아니하거나 또는 자기를 시비하는 자가 있거나, 혹 이유는 없으되 자기의 눈에 밉게
보이는 자가 있으면 곧 교주에게 품하여 이삼 일 내로 축출 명령이 내린다. 이리하여 아까 김종렬이가 사모하던 박교장과
윤교감을 내어쫓고 지금 교장과 같이 숙맥불변하는 노인을 교장으로 삼고 자기가 학감의 중임을 맡아 교내의 모든 사무를
온전히 제 마음대로 하게 된 것이라. 이리하여 학교에 있던 교사 중에 적이 마음 있는 자는 다 달아나고 다른 데 갈
데가 없다든가, 배학감의 절제를 달게 받는 사람만 남게 되어 학교는 점점 말이 못되게 되었다. 그러나 다만 형식은
동경 유학생인 까닭에 배학감도 과히 괄시를 아니하고, 또 형식도 자기까지 떠나면 학교가 말이 아니리라 하여 아직 남아
있는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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