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e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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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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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으로 말하면, 그 동안 동경에 유학하노라고 장가들 틈도 없었거니와 그 동안 구혼하는 데도 없지는 아니하였다. 그러
나 공부로 핑계를 삼고 아직도 구혼에 응하지 아니한 것은 중심에 영채를 생각하였음이라. 일찍 박진사가 형식을 대하여
직접으로 말한 적은 없었으나 박진사가 특별히 자기를 사랑하는 양을 보고, 또 남이 전하는 말을 들어도 박진사가 자기로
사위삼으려는 뜻이 있는 줄을 대강 짐작하였었다. 형식이가 박진사의 집을 떠날 때에 영채의 손을 잡고, '다시 너를
보지 못하겠다' 한 것은 여러 가지 깊은 슬픔이 많이 있어서 한 말이라. 그러나 그 후에 영채의 소식을 알 길이 바이
없고, 또 영채의 나이 이미 과년이 된지라 응당 뉘 집 아내가 되어 혹 자녀를 낳았을는지도 모르리라 하였다. 그러하
건마는 은사의 뜻을 저버리고 차마 제 몸만 위하여 달리 장가들 마음이 없고 행여나 영채의 소식을 들을까 하고 지금껏
기다리던 차이라. 그러다가 오늘 우연히 만나니, 아무리 하여도 기생 노릇을 하는 모양, 그러면 벌써 여러 사람에게 몸
을 더럽혔으려니, 만일 그렇다 하면 자기 아내 못 되는 것이 한이 아니라, 세상을 위하여 애쓰던 은인의 혈육이 이처럼
윤락하게 됨이 원통하여 아까도 슬피 소리를 내어 운 것이요, 또 그 동안 지나온 이야기를 들으려 함도 행여나 기생이
나 아니 되었으면 하는 희망과 설혹 되었다 하더라도 옛사람의 본을 받아 송죽 같은 정절을 지켰으면 하는 희망이 있음이
라. 이제 형식과 영채는 피차에 저편의 속을 알고 싶어하게 된 것이라.
"그래, 그 다음에 어찌 되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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