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e · 무정
Page 214 sur 374
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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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론 이희경 일파가 그 어려운 책을 알아보지는 못하였다. 열 페이지나 스무 페이지를 읽은 뒤에 그 속에 있는 뜻을 계
통적으로 깨닫지는 못하였다. 다만 여기저기 한 구절씩 혹은 두어 줄씩 자기네가 깨달을 만한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써 만
족하여 하였다. 그네는 하루에 알지는 못하면서도 여러 페이지 읽기를 자랑으로 알고 형식에게 들은 대로 서양 문학자,
철학자, 종교가 같은 사람들의 이름과 그네의 저서(著書)의 이름을 외우기로 (유일한) 영광을 삼았다. 그러고 그네가
보는 책에서 '인생이란 무엇이뇨'라든가 '우주란 무엇이뇨' 하는 구절을 외워 토론회나 친구간에 하는 회화에 인용하였다
. 혹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의 격언을 인용하기도 하고 혹 그것을 영어대로 통으로 암기하여 인용하기도 하였다. 인용하는
자기도 그 뜻을 잘 모르면서도 그것을 인용하면 자기의 말하려는 바가 잘 발표된 듯하였고, 그것을 듣는 다른 학생들도
'흥' 하고 코웃음을 하면서도 그네의 지식이 많음을 속으로는 부러워하였다. 그래서 자기네도 몰래 낡은 잡지를 사다가
보기도 하고, 또는 이희경 일파에게 들은 말을 가만히 기억하였다가 다른 데 가서 자랑삼아 써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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