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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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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버지를 뵈오려니 하면, 숙천 어떤 촌중에서 아이놈들에게 고생받던 생각과 그 이튿날 어느 주막에서 어떤 악한에
게 붙들려 하마터면 큰 괴변을 당할 뻔하던 것과 순안 석암리 근방에서 금점꾼에게 붙들려 고생하던 것도 다 잊어버려지고
 다만 기쁜 생각만 가슴에 가득히 찼었다. 면회소에 들어가면 응당 아버지가, '네가 오느냐' 하고 뛰어나와 자기를 안
아 주려니 하였다. 그러나 면회소에 들어가 본즉, 사방에 두터운 널조각으로 둘러막고, 긴 칼을 찬 간수들이 무정한 눈
으로 자기를 보며 쿵쿵 소리를 내고 지나갈 뿐, 나오리라 하는 아버지는 아니 보이고 어떤 시커먼 수염이 많이 난 순검
―간수연마는 영채의 생각에는 순검이어니 하였다―이 손에 무슨 줄을 잡고 서서 영채를 보며, "너 울지 말아라. 울면 
네 아버지 안 보일 테야" 하고 호령을 할 때, 영채는 그만 실망하고 무섭고 슬픈 생각이 났다. 이윽고 그 순검이 손
에 잡은 줄을 잡아당기니 덜커덕 하는 소리가 나면서 널쪽 벽에 있던 나뭇조각이 그 줄에 달려 올라가고, 네모난 조고마
한 구녁이 뚫리며 그렇게도 몹시 변한 아버지의 얼굴이 보인다. 어깨 위에서부터 눈까지가 보이고, 이마 위는 벽에 가려
 아니 보인다. 아버지는 웃지도 아니하고 말도 없이, 가만히 영채를 내다볼 뿐, 그 얼굴에는 전에 보던 화기가 없고 
그 눈에는 전에 있던 웃음과 광채가 없어지고 말았다. 전에 영채를 대할 때에는 얼굴이 온통 웃음이 되더니, 지금은 나
무로 깎아 놓은 모양으로 아무러한 표정도 없다. 영채는, '저것이 내 아버진가' 하고 너무 억하여 한참이나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영채의 몸에는 피가 식고 사지가 굳어지는 듯하였다. 그러나 영채는 그 나무로 깎은 듯한 얼굴, 움쑥한 
눈에 눈물이 스르르 도는 것을 보고 그제야 '이것이 내 아버지로구나' 하는 듯이, "아버지?" 하고 소리를 내어 울었
다. "웬일이오" 하고 영채는 통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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