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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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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채에게 제일 가까운 사람은 형식밖에 없다.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고 일가도 없고, 오직 남은 것이 어려서 같
이 자라나던 형식이란 사람 하나뿐이라. 영채의 부친과 형들이 평양감옥에서 죽기 전까지는 영채는 그네를 위하여 살았었다
. 그러나 그네가 죽은 뒤에는 영채는 오직 이형식이라 하는 사람을 위하여 살았었다. 더구나 낫살이 점(점) 많아지고 
몸이 기생이 되어 여러 십 명, 여러 백 명, 육욕밖에 모르는 짐승 같은 남자에게 갖은 희롱을 다 받은 영채는 세상에
 믿을 만하고 의지할 만한 남자는 형식밖에 없다 하였다. 형식이가 서로 떠난 지 칠팔 년(간)에 어떻게 변화하여 어떠
한 사람이 되었는지는 영채에 대하여는 문제가 아니었었다. 영채는 다만 형식이라 하는 사람은 천 년을 가나 만 년을 가
나 이전 안주골 자기 집에 있을 때에 그 형식이거니 하였다. 영채는 착하던 사람이 변하여 좋지 못하게 되는 줄을 모른
다. 좋은 사람은 천생 좋은 사람이요, 평생 좋은 사람이거니 한다. 그와 같이 악한 사람은 천생 악한 사람이요, 평생
 악한 사람이거니 한다. 영채는 어려서는 악한 사람을 보지 못하였었다. 그의 아버지도 선한 사람이요, 오라버니네도 선
한 사람이었고, 그 집 사랑에 와 있던, 또는 다니던 사람들도 선한 사람이었다. 형식도 무론 선한 사람이었다. 그러고
 그가 소학과 열녀전 같은 책을 배울 때에 그 속에 나오는 사람들도 다 선한 사람이었다. 영채는 어린 생각에도 그 책
에 있는 인물과 자기의 가정과 주위에 있는 인물과는 같은 인물이어니 하였다. 그러고 영채 자신도 선한 사람이었다. 내
칙이나 열녀전에 있는 여자들과 자기와는 같은 여자라 하였었다. 그러고 세상은 다 자기의 가정과 같으려니, 세상 사람은
 다 자기와 및 자기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같으려니 하였었다. 저 김선형이나 이 박영채나 이 점에 이르러서는 공통이
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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