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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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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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은 귀족이오! 귀족이란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칭호는 아니지요. 당신도 사오 년간 동경에 유학을 하였
소. 당신이 어느 회석에서 말한 것을 기억하시오? 당신은 일생을 교육사업에 바친다고 한 말을" 하고 형식은 발을 굴렀
다. 현수는 시골 상놈한테 큰 수모를 당한다 하였다. 암만하여도 나는 남작이요, 수십만 원 부자요, 너는 가난한 일서
생이로구나. 지금은 네가 나를 이렇게 모욕하되, 장차 네가 내 발 앞에 꿇어 엎드릴 날이 있으리라 하였다. 나는 이렇
게 형사에게 포박을 당하더라도 내일 아침이면 놓여 나올 수도 있건마는, 너는 한번 옥에 들어가기가 바쁘게 일생을 그
속에서 썩으리라 하였다. 네가 아무리 행실이 단정하다 하더라도 일생에는 무슨 허물도 있으리니. 그때에는 내가 오늘 받
은 수모를 네게 갚으리라 하였다. 그러고 아까 영채를 안던 쾌미를 생각하매 중도에 방해를 더한 형식의 행위가 괘씸하다
하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말할 바가 아니니 외따른 청량리 솔수풀 속에서는 남작의 권위와 황금의 힘도 부릴 수가
없음이라.
우선은 형식이가 두 사람을 크게 책망할 줄 알았더니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행실 잘하기를 가르치는 모양으로 말함을 보고
형식은 아직도 세상을 모르는 도련님이라 하였다. 만일 내가 형식이가 되었으면 이러한 때를 당하여 실컷 꾸지람이나 톡톡
히 하여 분풀이를 하련마는 하였다. 그러나 형식으로는 이보다 이상 더 심한 책망을 할 줄을 몰랐다. 그래서 형식이가
마침내 다시 한번 발을 구르며,
"여보! 사람들이 되시오!" 하였다. 형식은 생각에 아마 이만하면 저 두 사람들이 양심에 부끄러움이 생겨 '다시는 이
러한 일을 아니하리라' 하고 아프게 후회할 줄을 믿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앉았는 것은 아마 자기의 말에 부끄
러움과 후회가 생겨 그러하는 것이어니 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기실 부끄럽기는 하였으나 후회하지는 아니하였다.
우선은 참다못하여,
"여보게 자네는 영채 씨 모시고 들어가게. 이 일은 내가 맡음세"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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