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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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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리, 어디로 가는가"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쾌활하기로 동류간에 유명한 신우선(申友善)이가 
대팻밥 모자를 갖춰 쓰고 활개를 치며 내려온다. 형식은 자기 마음속을 꿰뚫어보지나 아니한가 하여 두 뺨이 한번 더 후
끈하는 것을 겨우 참고 지어서 쾌활하게 웃으면서,
"오래 막혔구려" 하고 손을 잡아 흔들었다.
"오래 막혔구려는 무슨 막혔구려야. 일전 허교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는가."
형식은 얼마큼 마음에 수치한 생각이 나서 고개를 돌리며,
"아직 그런 말에 익숙지를 못해서......" 하고 말끝을 못 맺는다.
"대관절 어디로 가는 길인가? 급지 않거든 점심이나 하세그려."
"점심은 먹었는걸."
"그러면 맥주나 한잔 먹지."
"내가 술을 먹는가."
"그만두게. 사나이가 맥주 한 잔도 못 먹으면 어떡한단 말인가. 자 잡말 말고 가세" 하고 손을 끌고 안동파출소 앞 
청국 요릿집으로 들어간다.
"아닐세. 다른 날 같으면 사양도 아니하겠네마는" 하고 다른 날이란 말이 이상하게나 아니 들렸는가 하여 가슴이 뛰면서
,
"오늘은 좀 일이 있어."
"일? 무슨 일? 무슨 술 못 먹을 일이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 같으면 이러한 경우에 다만 '급히 좀 볼일이 있어' 하면 그만이려니와 워낙 정직하고 나약한 형식이라, 조곰
이라도 거짓말을 못하여 한참 주저주저하다가,
"세시부터 개인교수가 있어.
"영어?"
"응."
"어떤 사람인데 개인교수를 받어?"
형식은 말이 막혔다. 우선은 남의 폐간을 꿰뚫어볼 듯한 두 눈으로 형식의 얼굴을 유심하게 들여다본다. 형식은 눈이 부
신 듯이 고개를 숙인다.
"응, 어떤 사람인데 말을 못 하고 얼굴이 붉어지나, 응?"
형식은 민망하여 손으로 목을 쓸어 만지고 하염없이 웃으며,
"여자야."
"요― 오메데토오(아― 축하하네). 이이나즈케(약혼한 사람)가 있나 보네그려. 음 나루호도(그러려니). 그러구도 내게
는 아무 말도 없단 말이야. 에, 여보게" 하고 손을 후려친다.
형식은 하도 심란하여 구두로 땅을 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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