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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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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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채와 선형은(병욱은) 놀라서 일어선다. 두 사람을(사람은) 일시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영채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 형식은 고개를 숙였다. 병욱이가 오직 고개를 들고 형식에게,
"앉으시오" 한다. 형식은 앉는다.
"얘, 앉으려무나" 하는 병욱의 말에 영채도 앉는다. 그러나 고개는 여전히 돌렸다. 형식은 마치 무슨 무서운 것이나
대한 듯이 몸에 소름이 쭉 끼친다. 영채의 뒷모양이 자기를 내려누르고 위협하는 듯하다. 대동강에 빠져 죽은 영채의 넋
이 지금 자기 앞에 나서서 자기를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금시에 영채가 휙 돌아서며 무서운 얼굴로 자기를 흘
겨보고 입에 가득한 뜨거운 피를 자기에게다가 확 뿌리며 "이 무정한 놈아, 영원히 저주를 받아라" 하고 달겨들 것 같
다. 왜 그때에 평양 갔던 길에 더 수탐을 하여 보지 아니하였던가. 왜 그때 우선에게서 돈 오 원을 꾸어 가지고 즉시
평양으로 내려가지를 아니하였던가 하여도 본다. 이제 영채가 고개를 돌리면 어찌하나. 아니 왔더면 좋겠다 하여도 본다
. 이때에,
"자, 딸기 잡수십시오" 하고 병욱이가 딸기 그릇을 내어놓으며,
"얘, 영채야" 하고 자기의 발로 영채의 발을 꼭 누른다. 영채는 가만히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형식은 보지 아니한다
."영채 씨, 용서해 줍시오. 무에라고 할 말씀이 없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대하여서나 영채 씨께 대하여서나 큰
죄인이외다. 무슨 책망을 하시든지......."
"천만의 말씀이올시다. 제가 철없이 찾아가서 공연한 걱정을 끼쳤습니다. 또 죽지도 못하는 것을 죽는다고 해서 얼마나
노심을 하셨습니까" 하고 고개를 숙인다.
병욱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형식은 차마 더 영채에게 말이 나오지 아니하므로 병욱더러,
"그런데 대관절 어찌 된 일이오니까. 이전부터 영채 씨를 아셨어요?"
병욱은 형식을 보고 웃는다. 그 웃음이 형식에게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준다. 자기를 비웃는 것같이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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