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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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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잃은 무리들은 산기슭에 선 대로 비를 함빡 맞아서 전신에서 물이 쪽 흐르게 되었다. 어린아이를 안은 부인들은 허
리를 굽혀서 팔과 몸으로 아이들을 가리운다. 그러나 갑자기 퍼붓는 빗발에 숨이 막혀서 으아 하고 우는 아이도 있다. 
그러면 어머니는 머리에서 흐르는 빗물에 섞어(섞인)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흔들거린다.
어떤 노파는 되는 대로 되어라 하는 듯이 우두커니 쭈그리고 앉아서 비에 가리운 먼산을 바라보고, 어떤 중늙은이는 머리
 텁수룩한 총각을 데리고 그늘을 찾아서 뛰어간다.
여름내 김매기에 얼굴이 볕에 그을은 젊은 남녀들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멀거니 서서 자기네가 애써 지어 놓은 논 있던 
곳을 바라본다. 벌건 물결은 조곰 남았던 논까지도 차차 덮고야 말련다.
우르릉 하는 우레 소리가 한번 산천을 흔들 때마다 주렴 같은 비가 앞산으로 고함을 치고 들이달아서는 숨쉬듯 불어오는 
동남풍에 비스듬히 휘면서 뒷산으로 달아 들어간다. 그러할 때마다 풀대 사이로 흙물이 모래를 밀고 왁 쓸려 내려온다. 
또 한번 우레 소리가 나고는 또 한바탕 앞산 너머로서 모진 비가 밀려 넘어온다. 그 속에 백여 명 사람들은 어찌할 줄
을 모르고 가만히 섰다. 처음에는 무서운 마음도 나고 슬픈 마음도 났건마는 한참 지나서는 아무러한 생각도 없이 되었다
. 굵은 빗발이 깨어져라 하고 얼굴을 때릴 때마다 흑흑 느끼며 몸을 움츠릴 뿐이라.
여러 사람의 살은 싸늘하게 식었다. 입술은 파랗게 되고 몸이 덜덜덜 떨린다. 눈앞에 늘어 있는 집들에서는 조반 짓는 
연기가 나온다. 그 연기도 굴뚝 밖에 나서자마자 짓쳐 들어오는 빗발에 기운을 못 쓰고 도로 쫓겨 들어가고 마는 것 같
다.
비는 언제 그칠 것 같지도 아니하다. 하늘이 온통 녹아서 비가 되고 말 듯이 쏟아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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