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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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e: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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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 그러나 지금은 당자의 의사도 들어 보아야 하지요" 하고 자기가 장로보다 더 신식을 잘 아는 듯하여 만족해하며,
"무론 당자도 응낙은 했겠지마는 그래도 그렇습니까―― 자기네 의사도 물어 보아야지요" 하고 형식을 본다. '어디 내
말이 옳지?' 하는 것 같다. 형식은 다만 목사를 힐끗 보고 또 고개를 숙인다. 장로가,
"그러면 당자의 뜻을 물어 보지요" 하고 재판관이 심문하는 태도로 위의를 갖추더니 남자 되는 형식의 뜻을 먼저 묻는
것과 다음에 여자 되는 선형의 뜻을 묻는 것이 마땅하리라 하여,
"그러면 형식 씨도 동의하시오?"
목사는 장로의 질문이 좀 부족한 듯하여 얼른 형식을 보며,
"지금은 당자의 뜻을 듣고야 혼인을 하는 것이니까 밝히 말씀을 하시오―― 선형과 혼인하실 뜻이 있소?" 하고 주를 낸
다. 형식은 어째 우스운 생각이 나는 것을 힘껏 참았다. 그러나 대답하기가 부끄럽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우선을 생각하
고 얼른 고개를 들고 위엄을 갖추며, "녜" 하였다. 제 대답도 어째 우스웠다.
"이제는 선형의 뜻을 물어야 되겠소" 하고 목사가 선형의 수그린 얼굴을 옆으로 보며, "너도 부끄러워할 것 없이 뜻을
말해라."
선형은 우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였다. 그래서 장로가 "네 뜻은 어떠냐" 하는 말에는 대답도 아니하였다. 장로도 목
사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빙그레 웃는다. 부인도 웃는다. 그러나 목사는 여전히 엄숙하게,
"그러면 부인께서 물어 보십시오."
"얘, 대답을 하려무나."
"신식은 그렇단다. 대답을 해라" 하고 목사가 또 주를 낸다. 부인이 또 한번,
"얘, 대답을 하려무나." 이번에는 목소리가 좀 날카롭다. 선형은 마지못하여 가만히, "녜―" 하였다. 그러나 그 소
리는 들은 사람이 없었다. 장로가,
"어서 대답을 해라" 하고 한번 더 재촉을 받고 또 한번, "녜―"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장로와 목사는 듣지 못하
였다. 그러나 부인은 들었다. 또 한 사람 형식도 들었다. 이번에는 목사가,
"어서 대답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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