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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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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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사람으로서 혹은 춘향이 되고, 혹은 이도령이 되고, 혹은 춘향모도 되고, 혹은 남원 부사도 되어 혹은 사랑하
고, 혹은 미워하고, 혹은 때리고, 혹은 맞고, 혹은 양반이 되고 (선인이 되고, 혹은 상놈이 되고) 악인(惡人)이
된다 하더라도 원래는 다 같은 '사람'이라 하였다. 그러고 노파의 얼굴을 보니 마치 어머니나 누이를 (대)하는 듯 사
랑스러운 생각이 난다. 노파가 영채의 죽으려는 결심을 보고 일생에 처음 '참사람'을 발견하고, 영혼이 깨어 일생에 처
음 진정한 눈물을 흘리면서 영채를 구원할 양으로 멀리 평양에까지 내려오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형식은
노파에게 대하여 정다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담요 끝으로 노파의 배를 가리어 주었다.
형식은 여기가 어딘가 하고 차창으로 내어다보았다. 이윽고 고동 소리가 들리자, 차가 어떤 다리를 건너는 소리가 난다.
형식의 머릿속에는 '대동강'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지나간다. 아― 영채는 어찌 되었는가. 이미 대동강의 푸른 물결에
몸을 잠갔는가. 또는 경찰의 손에 붙들려 지금 어느 경찰서 구류간에서 눈물을 흘리고 지내는가. 형식은 가만히 노파의
어깨를 흔들면서, "여봅시오, 여봅시오! 대동강이외다" 하였다. 형식이가 이렇게 노파에게 정답게 말한 것은 이번이 처
음이었다. 어제 노파의 집에서 '괘씸한 계집!' 하고 생각한 이래로 칠팔 시간이나 마주앉아 오면서도 밉고 더러운 생각
에 아무 말도 아니하였었다. 노파는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나며,
"에? 대동강!" 하고 차창을 내다본다. 어스름한 새벽빛에 대동강 물은 소리 없이 흐르고 기차는 평양역을 향하여 길게
고동을 핀다. 형식과 노파의 머리에는 영채의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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