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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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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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지금 신막 남천역을 지나 경의 철도 중에 제일 산이 많은 옛날 금천 큰고개 근방으로 달아난다. 초생달은 벌써 넘
어가고 창 밖은 캄캄하다. 달빛의 없는 것이 도리어 산들의 모양을 보기에는 편하다. 하늘과 산과의 경계는 굵은 붓으로
되는 대로 구불구불하게 그린 곡선(曲線) 모양으로 아주 분명하게 보인다. 왈칵왈칵 하는 찻바퀴 소리 사이로 산 강물
이 조약돌 많은 여울로 굴러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기관차 굴뚝으로 나오는 불빛에 조고마한 산골짜기에 초가집
두어 개가 번적 보이고 혹 오랜 가물에 얼마 아니 되는 물이 가기 싫은 듯이 흘러가는 산강의 한 토막도 보인다. 차
가 산모퉁이를 돌아설 때에 저편 컴컴한 속에 조고마한 불빛이 반작반작한다. 그 불빛이 차가 달아남을 따라 깜박깜박 있
다가 없다가 함은 아마 잎이 무성한 나무에 가리워짐인 듯, 그 불은 꽤 오랫동안 형식의 차창에서 보인다. 형식은 물끄
러미 그 불을 본다. 저 불 밑에는 누가 앉아서 무엇을 하는고. 가난한 어머니가 아이들을 잠들여 놓고 혼자 일어나 지
아비와 아이들의 누더기를 깁는가. 잘 보이지 아니하는 눈으로 바늘구멍을 찾지 못하여 연방 불을 돋우고 눈을 비비는가.
그러다가 '아아 늙었구나!' 하고 깁던 누더기에 굵은 눈물을 떨구는가. 그때에 아랫목에서 자던 앓는 어린아이가 꿈에
놀라서 우는 것을 껴안고 먹은 것이 없어서 나지도 아니하는 젖을 물리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또는 앓는 외아들을 가
운데 놓고 늙은 내외가 자리 위에 서서 번갈아 아들의 몸을 만지고 번갈아 울고 위로하면서 마음속으로 '하느님 내려다봅
소서' 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형식은 십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자기 부모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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