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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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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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을 해주셔야 합니다. 이러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꺼리는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하는 형식의 가슴은 자못 울렁울렁한다. 사생이 달린 큰 판결이 몇 초 안에 내리는 듯하다. 선형도 아직
이렇게 책임 중한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으므로 형식의 말에 무서운 생각이 난다. 그래서 어떻게 대답할 줄을 모르면
서 간단히, "녜" 하였다. 약혼하던 날 대답하던 '녜'와 다름이 없는 '녜'로다. 형식도 더 말하기가 참 어려웠다.
또 그 대답이 무섭기도 하였다. 그러나 선형의 참뜻을 모르고 의심 속으로 지내기는 더 무서웠다. 그래서 우선의 '사
내답게' 하던 말을 생각하고 기운을 내어, 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선형 씨는 나를 사랑합니까?" 하고는 힘있게 선
형의 눈을 보았다. 선형도 하도 뜻밖에 질문이라 눈이 동그래진다. 더욱 무서운 생각이 난다. 실로 아직 선형은 자기가
형식을 사랑하는가 않는가를 생각하여 본 적이 없다. 자기에게는 그런 것을 생각할 권리가 있는 줄도 몰랐다. 자기는
이미 형식의 아내다. 그러면 형식을 섬기는 것이 자기의 의무일 것이다. 아무쪼록 형식이가 정답게 되도록 힘은 썼으나,
정답게 아니 되면 어찌하겠다 하는 생각은 꿈에도 한 일이 없었다. 형식의 이 질문은 선형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그래
서 물끄러미 형식을 보다가,
"그런 말씀은 왜 물으셔요?"
"그런 말을 물어야지요. 약혼하기 전에 서로 물어 보았어야 할 것인데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물어야지요
."
선형은 잠자코 앉았다.
"분명히 말씀을 하십시오. 오냐라든지 아니라든지......."
선형의 생각에는 그런 말은 물을 필요도 없고 대답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이미 부부가 아니냐. 그것은 물어서 무엇
하랴 한다. 그래서 웃으며,
"왜 그런 말씀을 물으셔요?"
"하루라도 바삐 아는 것이 피차에 좋지요. 일이 아주 확정되기 전에......."
"에? 확정이 무슨 확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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