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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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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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에게 '잘 가거라' '잘 있으오' 하는 인사를 필하고 일행이 동구를 나설 때는 정히 오후 일시경, 내리쬐는
팔월 볕이 모닥불을 퍼붓는 듯하다.
일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미진한 정담을 말하면서 간다. 혹 한데 모여서기도 하고, 혹 두 사람씩 한떼가 되어 십여 보
를 떨어지기도 하고, 혹 한 사람이 앞서 가다가 길가에 풀잎을 뜯으면서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흔히 모친과 병욱이가
한떼가 되고, 병국의 부인과 영채가 한떼가 되고, 부친과 병국은 대개 말없이 따로 떨어져서 간다. 짐 진 총각은 이따
금 작심대로 지게를 버티고 서서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더니 얼른 정거장에 가서 지게를 벗어 놓고 쉬고 싶은 생각이
나서 먼저 달아난다. 사람 아니 탄 마차와 인력거가 떨거덕떨거덕 소리를 내며 마주 오기도 하고 앞서 지나가기도 한다.
일행의 얼굴을 더위로 뻘겋게 데이고 이마에서는 구슬땀이 떨어진다. 남자들은 부채를 부치고 여자들은 수건으로 땀을 씻
는다.
언제까지 가도 끝이 없을 듯하던 이야기도 거의 다 없어지고 이제는 말없이 탄탄한 신작로로 태양을 마주보며 걸어나간다.
길가 원두막에서 수심가, 난봉가가 졸린 듯이 울려 나오더니, 일행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고요하게 되며, 원두막 문으
로 중대가리며, 감투 쓴 대가리, 수건 쓴 대가리, 크다란 총각의 대가리가 쑥쑥 나오며 무어라고 쑤군쑤군하다가 일행이
수십 보를 지나가자, 하하 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일행은 그저 말없이 정거장을 향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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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開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