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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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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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 하였다. 그러고는 혼자 우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고개를 돌렸다.
"승낙하셔요?" 하고 장로가 다짐을 받는 듯이 몸을 앞으로 숙인다. 형식은 우선의 쾌활한 것을 흉내내어,
"녜, 명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힘드는 일을 마친 듯이 휘 하고 숨을 내어쉬었다. 과연 무거운 짐을 벗어 놓은 듯하여
마음이 가뜬하였다. 그러고 새로운 기쁨이 가슴에 차고 김장로의 단정해 보이는 얼굴이 새로 정답게 되는 듯하였다. 형
식은 꿈속 같았다.
"어, 참 기쁜 일이오" 하고 목사가 마음이 놓이는 것같이 몸을 한번 흔든다.
"참 어떻게 기쁜지 모르겠소. 그러면 내 아내를 오래서 아주 말을 맺읍시다" 하고 목사의 뜻을 묻는 듯,
"그러시오. 또 지금 혼인은 당자의 허락도 들어야 하니까 선형도 오라고" 하고 목사도 자기 딴에 구습을 버리고 신사상
을 좇거니 한다.
장로는 테이블 위에 놓인 초인종을 두어 번 친다. 그 계집아이가 나온다.
"얘, 가서 마님께 작은아씨 데리고 오십소사고......."
계집 하인도 이 일의 눈치를 아는지 슬적 형식을 보더니 생끗 웃고 나간다. 세 사람은 말없이 앉았다. 그러나 그네의
눈에 나뜨는 웃음은 그네의 마음의 즐거움을 말하였다. 형식은 이제 선형을 만날 것을 생각하였다. 그러고 첫번 선형을
만날 적과 일전 영어를 가르치던 때에 하던 생각을 생각하였다. 형식의 머리는 마치 술취한 것 같았다. 전신이 아프도록
기쁨을 깨달았다.
부인이 선형을 뒤세우고 들어온다. 형식은 의자에서 일어나 부인께 인사하였다. 부인도 웃으며 답례하였다. 선형은 부인의
뒤에 숨어 선 대로 목사에게 예하고 다음에 형식에게 예하였다. 선형의 얼굴도 붉거니와 형식의 얼굴도 붉었다. 형식은
손수건으로 이마에 땀을 씻었다. 부인이 장로의 곁에 앉고 선형은 부인과 목사의 새에 앉았다. 형식은 바로 부인과 정
면하여 앉았다.
선형은 고개를 숙이고 앉았다. 지금껏 형식이가 자기의 남편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아니하였었다.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장
로가 웃는 말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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