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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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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경은 마지못하는 듯이 들어가 모자와 두루마기를 입고 나온다. 희경은 '아마 학감의 일에 대하여 조사할 일이 있어 그
러는가 보다' 하고 앞서서 종로로 향하여 간다. 형식은 희경의 뒤를 따라가며 여러 가지로 생각하였다. 가서 어찌할까.
 찾아서 설혹 영채를 만난다 하더라도 손에 '천 원'이 없으니 어찌할까. 만일 누가 방금 '천 원'을 가지고 와서 영
채를 제 손에 넣는 계약을 맺는다 하더라도 '천 원'이 없는 나는 다만 그 곁에서 이를 갈 뿐이겠구나 하였다.
밤은 서늘하다. 종료 야시에는 '싸구려' 하는 물건 파는 소리와 길다란 칼을 내어두르며 약 광고하는 소리도 들린다. 
여기저기 수십 명 사람이 모여선 것은 아마 무슨 값싸고 쓰기 좋은 물건을 파는 것인 듯, 사람들은 저녁의 서늘한 맛에
 취하여 아무 목적 없이 왔다갔다한다. 그 사이로 어린 학생들은 둘씩 셋씩 떼를 지어 무슨 분주한 일이나 있는 듯이 
무어라고 지껄이며 사람들 사이로 뛰어다닌다. 아직도 장옷을 쓴 부인이 계집아이에게 등불을 들리고 다니는 이도 있다. 
우미관에서는 무슨 소위 '대활극'을 하는지 서양 음악대의 소요한 소리가 들리고 청년회관 이층에서는 알굴리기를 하는지 
쾌활하게 왔다갔다하는 청년들의 그림자가 얼른얼른한다. 앞서 가는 희경은 사람들이 모여선 곳마다 조곰씩 엿보다가는 형식
의 발자취가 들리면 또 가고 가고 한다. 가물다가 비가 왔으므로 이따금 후끈후끈 흙내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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