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 무정
374페이지 중 152페이지
저자: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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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향이가 정거장에서 바로 차가 떠나려는데 이것을 주면서 이형식 씨가 누군지 이형식 씨라는 이가 오시거든 드리랍데다"
하고 그 편지를 우선에게 주며 얼른 형식의 얼굴을 본다. 아까 정거장에서 노파가 이 편지를 받을 때에는 이형식이라는
이가 아마 어떤 월향에게 놀러 다니는 사람이어니 하고, 월향이가 특별히 편지를 하리만큼 친한 사람이면 자기가 모를
리가 없겠는데 하고 의심하였었다. 그러나 차가 빨리 떠나므로 자세히 물어 보지도 못하고, 아마 어떤 사람에게 물어 보
면 알려니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선과 형식의 행동이 영채의 일을 근심하는 듯하는 양을 보고, 더구나 형식이가 이상
히 고민하는 낯빛을 보일 뿐더러 '성묘!' 하고 놀라는 양을 보고, 혹 그가 '이형식'이라는 사람이나 아닌가 하여 이
편지를 내어 온 것이요, 또 우선에게 이 편지를 주면서도 얼른 형식의 낯빛을 엿봄이라. 형식은 우선이가 받아 든 편
지 피봉에 매우 익숙한 글씨로 '이형식 씨 좌하(李亨植氏座下)'라 한 것을 보고, "에!" 하고 놀라는 소리를 발하면
서 우선의 손에서 그 편지를 빼앗아 봉투의 뒤 옆을 보았다. 그러나 뒤 옆에는 '유월 이십구일 조(六月二十九日朝)'라
고 쓴 밖에는 아무것도 쓰지 아니하였다. 형식의 그 편지 든 손은 떨린다. 우선도 '무슨 까닭이 있구나' 하고 숨소리
를 죽였다. 노파는 두 사람의 놀라는 얼굴을 보고 '웬일인가' 하여 역시 놀랐다. 그러고 월향이가 이번에 평양에 간
것에 무슨 큰뜻이 있는 듯하다 하였다. 오늘 아침 월향은, 어젯저녁의 슬퍼하던 빛이 없어지고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분을 바르고, 향수를 뿌리고, 모시 치마 저고리에 여학생 모양으로 차리고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아니한 노파의 방에
와서 아주 유쾌한 듯이 방글방글 웃으며,
"어머니, 어젯저녁에는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자고 나서 생각하니 그런 우스운 일이 없어요" 하기에, 걱정을 품고 자던
노파는 너무도 기뻐서 월향의 손을 잡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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