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 무정
374페이지 중 250페이지
저자: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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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나 선형이가 피차의 성질을 모를 것은 물론이다. 형식이가 선형을 사랑하는 것도 다만 아름다운 꽃을 사랑함과 같은
사랑이다. 보기에 사랑스러우니 사랑하는 것이다. 극히 껍데기 사랑이다. 눈과 눈의 사랑이요, 얼굴과 얼굴의 사랑이다
. 피차의 정신은 아직 한 번도 조곰도 마주 접하여 본 적이 없었다. 형식은 선형을 바라보며, 선형은 형식을 바라보며
속으로 '저 사람의 속이 어떠한가' 할 터이다. 그러고 '저 사람의 속이야 지내 보아야 알지' 할 터이다. 다만 김
장로 양주와 한목사만 이 두 사람의 속을 잘 알거니 한다. 무론 이 두 사람이 피차에 아는 것만큼도 모르건마는 그래도
자기네는 이 두 사람의 속을 잘 알거니 한다. 그러고 두 사람이 부부 된 뒤에 행복될 것은 확실하거니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을 마주 붙인다. 다만 자기네 생각에――그 미련하게 얕은 생각에 좋을 듯하게 보이므로 마주 붙인다. 그러다가
만일 이 부부가 불행하게 되면 그네는 자기네 책임이라 하지 아니하고 두 사람의 책임이라 하거나 또는 팔자라, 하느님
의 뜻이라 할 것이다. 이 모양으로 하루에도 몇천 켤레 부부가 생기는 것이다.
장로는 형식과 선형을 번갈아 돌아보더니 목사를 향하여,
"어찌하면 좋을까요" 한다. 아직 신식으로 혼인을 하여 본 경험이 없는 장로는 실로 어찌하면 좋을지를 모른다. 무론
목사도 알 까닭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 모른다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인륜에 대사를 의논하는 터인데 위선 하느님께 기도를 올립시다" 하고 고개를 숙인다. 다른 사람들도 다
고개를 숙이고 손을 무릎 위에 얹었다. 목사는 정신을 모으려는지 한참 잠잠하더니 극히 정성스럽고 경건한 목소리로, 처
음에는 들릴락말락하다가 차차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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