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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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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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고 얼굴을 붉힌다. 영채도 웃으며,
"어디요? 동경?"
"녜, 그런데 집에서는 큰 반대지요. 서자(庶子)예요. 또 가난하고...... 호...... 그러나 사람은 참 좋아요
. 얼굴도 좋고, 풍채도 좋고, 재주도 있고, 마음도 크고 곱고...... 아아, 너무 자랑을 했다. 그러나 자랑이
아니야요. 아마 영채 씨가 보셔도 사랑하리다. 언제 한번 보여 드리지요. 그러나 빼앗아서는 안 되어요" 하고 영채를
보고 웃는다. 영채는 고개를 숙인 대로 웃는다.
이 모양으로 사오 일이 지났다. 영채는 서울 노파와 형식에게 자기가 살아 있단 말을 알려 주지 아니하였다. 후일에 서
로 알 날이 있기를 바랐다. 영채는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갈는지.
영채는 차차 이 집 내용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가정이란 맛을 보지 못한 영채에게는 부모 있고, 형제 있고, 자매
있는 이 가정은 마치 선경같이 즐겁고 행복되어 보이더니 점점 알아본즉 그 속에도 슬픔이 있고 괴로움이 있다. 첫째는
부자간에 뜻이 맞지 아니함이니, 아들은 동경에 가서 경제학을 배워 왔으므로 자기가 중심이 되어 자본을 내어 무슨 회사
같은 것을 조직하려 하나, 부친은 위태한 일이라 하여 극력 반대한다. 또 딸을 동경에 유학시키는 데 대하여서도 아들
은 찬성하되 부친은 '계집애가 그렇게 공부는 해서 무엇 하느냐, 어서 시집이나 가는 것이 좋다' 하여 반대한다. 방학
에 집에 올 때마다 부친은 반드시 한두 번 반대하지마는 마침내 아들에게 진다. 작년 여름에는 반대가 우심하여 동경 갈
노비를 아니 준다 하므로 딸은 이틀이나 울고, 아들과 어머니는 부친 모르게 돈을 변통하여 노비를 당하였다. 그래서
딸은 부친께는 간다는 하직도 못 하고 동경으로 떠났다. 그 후에 며칠 동안 부친은 성을 내어 식구들과 말도 잘 하지
아니하였으나 얼마 아니 하여, "얘, 이달 학비는 보냈니? 옷값이나 주어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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