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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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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종일 밥도 아니 먹고 울다가 아무리 생각하여도 그 집에 있지 못할 줄을 알고 어디로 도망할 마음이 불현듯 납데
다. 도망을 하자니 열세 살이나 된 계집아이가 가기를 어디로 갑네까. 영변 고모님 댁이 있단 말을 들었으나 어디인지도
 모르고, 또 고모님도 이미 돌아가셨다 하니 거기인들 외가와 다르랴. 들은즉, 아버님과 두 오라버니께서 평양에 계시다
 하니 차라리 거기나 찾아가리라. 아무리 옥에 계시다 하기로 자식이야 같이 있게 아니하랴 하고 그날 밤에 도망하여 평
양으로 가려고 작정하고 저녁밥을 많이 먹고 식구들이 잠들기를 기다렸습니다."
"저는 외숙모님과 같이 잤는데 그 어른은 노인이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돌아눕는 소리만 들리고 암만 기다리니 잠드는
 양이 아니 보입니다. 그래 기다리다 못하여 뒷간에 가는 체하고 일어나 옷을 입었습니다. 외숙모님께서도 의심이 나시는
지, 옷은 왜 입느냐 하십데다. 그래서 뒤보러 가노라 하고 얼른 문 밖에 나섰습니다. 여자의 옷으로는 혼자 도망할 수
가 없을 줄을 알고 제 조카의 옷을 훔쳐 입으리라는 생각이 났습니다. 정말 도적질을 하게 되었지요" 하고 웃으며, "
마침 저녁에 옷을 다려서 대청에 놓은 줄을 알므로 가만가만히 대청에 가서 제 옷을 벗어 놓고 조카의 옷을 갈아입었습니
다. 그때는 팔월 열사흘이라, 달이 짜듯하게 밝고 밤바람이 솔솔 부옵데다. 가만히 대문을 나서니 참 황황합데다. 평양
이 동인지 서인지도 모르고 돈 한푼도 없이 어떻게 가는고 하고 부모 생각과 제 몸 생각에 저절로 눈물이 납데다. 그러
나 이 집에는 더 있지 못할 줄을 확실히 믿으므로 더벅더벅 앞길을 향하여 나갔습니다. 대문간에서 자던 개가 저를 보고
 우두커니 섰더니 꼬리를 치면서 따라나옵데다. 한참 나와서 길가 큰 들매나무 아래 와서 저는 펄썩 주저앉았습니다. 거
기서 한참이나 울다가 곁에 섰는 개를 쓸어안고, '나는 멀리로 간다. 다시는 너를 보지 못할까 보다. 일년 동안 네가
 내 동무 노릇을 하였구나. 그러나 나는 너를 버리고 멀리로 간다. 집에 가서 누가 내 거처를 묻거든 아버지를 찾아 
평양으로 가더라고 일러라' 하고 다시 일어나서 갔습니다. 참 개도 인정을 아는 듯해요. 제 옷을 물고 매어달려서 킁킁
하면서 도로 집으로 가자는 시늉을 합데다. '그러나저러나 나는 못 들어간다. 너나 들어가거라' 하고 손으로 머리를 때
렸습니다. 그러나 개는 떨어지지 아니하고 따라옵데다. 저도 외로운 밤길에 동무나 될까, 하고 구태 때려 쫓지도 아니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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