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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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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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조심해 가거라"를 부르며 눈을 한번 끔벅 한다. 병욱과 영채는 차창으로 머리를 내밀고 손수건을 두른다. 모친도
수건을 두르건마는 병국의 부인은 가만히 서서 보기만 한다. 부친도 한번 팔을 들어 두르더니 돌아서 나간다. 덜컥 소
리가 나고, 차가 휘돌더니 정거장에 선 사람 그림자가 아주 아니 보이게 된다. 두 사람은 그래도 두어 번 더 수건을
내어두르고는 도로 제자리에 앉는다. 앉아서 한참은 멍멍하니 피차에 말이 없다. 차의 속력이 점점 빨라지며 시원한 바람
이 불어 들어온다. 병국은 맞은편 줄 걸상에 모으로 앉아서 두 사람을 건너다보며 부채질을 한다. 차 속에는 선교사인
듯한 늙은 서양 사람 하나와 금줄 두 줄 두른 뚱뚱한 관리 하나와, 그 밖에 일복 입은 사람 이삼 인뿐이다. 그네들은
모두 다 흰옷 입은 이등객을 이상히 여기는 듯이 시선을 이리로 돌린다. 병국은 건너편에 앉은 누이에게 말이 들리게
하기 위하여 몸을 앞으로 숙이며,
"나는 네 덕분에 (이등을) 이등을 처음 탄다" 하고 웃는다.
"그렇게 이등이 부러우시거든 더러 타십시오그려" 하고 병욱도 웃는다.
"우리와 같은 아무것도 아니 하는 사람들이 삼등도 아까운데 이등을 어떻게 타니? 죄송스러워서......."
"그러면 왜 이등표를 사주셨어요. 저 짐차에나 처실어 주시지" 하고 병욱은 성을 내는 듯이 시치미뗀다. 영채는 우스워
서 고개를 숙인다. 이렇게 남매간에 어린애 싸움같이 농담을 하다가 병국이가,
"영채 씨도 명년에 귀국하시겠소."
"녜, 제야 알겠습니까."
"왜, 나와 같이 오지. 그럼 나 혼자 올까. 형제가 같이 다녀야지" 하고 병욱이가 영채를 보다가 병국을 본다. 영채
는,
"그럼 언니께서 데려다 주신다면 오지요" 하고 웃는다. 병욱은 어리광하는 듯이 병국을 보고 몸을 흔들며,
"오빠, 명년에 우리 둘이 같이 와요" 하고 묻는 말인지 대답하는 말인지 분명치 아니한 말을 한다. 병국은,
"그러면 얘하고 같이 오시지요. 댁이 없으시다니 내 집을 집으로 알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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