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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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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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 영채의 하는 말을 듣다가 눈물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저편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디까지든지 자기를 위하여 주는 영
채의 심정이 더욱 감사하게 생각된다. 죽으려 한 것도 자기를 위하여, 살아 있으면서 살아 있는 줄을 알리지 아니한 것
도 자기를 위하여 한 것임을 생각하매 자기의 영채에게 대한 태도의 너무 무정함이 후회된다.
마주앉은 눈물 흘리는 영채를 보고, 또 저편 차실에 앉은 선형을 생각하매 형식의 마음은 자못 산란하다. 세 사람 사이
에는 한참 말이 없고 기차는 어느 철교를 건너가느라고 요란한 소리를 낸다. 창에 뿌리는 빗발과 흘러가는 물소리는 큰비
가 아직 계속하는 줄을 알게 한다. 홍수나 아니 나려는지.
형식은 부글부글 끓는 머리를 가지고 영채의 차실에서 나왔다. 우선이가 지켜 섰다가 형식의 어깨를 툭 치며,
"영채 씨가 울데그려."
형식은 우선의 손을 잡으며,
"아,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은가."
"왜, 무슨 일이 났나. 영채 씨가 바가지를 긁던가 보이그려...... 요― 호남자!"
"아니어! 그렇게 농담으로 들을 것이 아닐세...... 참, 어쩌면 좋아?"
"아따, 걱정도 많기도 많아...... 부산 가서 배 타고, 마관 가서 차 타고, 횡빈 가서 배 타고, 상항 가서 내
리고 하면 그만이지 걱정이 무슨 걱정이어!"
형식은 원망스러이 우선의 얼굴을 보고 서서 무슨 생각을 하더니,
"나는 미국 가기를 중지할라네."
"응?" 하고 우선도 놀라며, "어째?"
"미국 가기를 중지할 테여...... 그것이 옳은 일이지...... 응, 그리할라네" 하면서 우선의 손을 놓고 차실로
들어가려 한다. 우선은 손을 잡아 형식을 끌어당기며,
"자네 미쳤단 말인가. 이리 좀 오게."
형식은 멀거니 섰다.
"자네 지금 정신이 혼란되었네. 미국 가기를 중지한다는 것이 무슨 소리여?"
"아니 저편은 나를 위해서 목숨까지 버리려고 하는데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선형 씨한테 이 뜻을 말하고 약혼을
파하겠네...... 그것이 옳은 일이지."
"그러면 영채하고 혼인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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