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k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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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eu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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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누가 아오?" 형식은 웃고 말았다. 목사는 선형에게,
"네 생각엔 어떠냐?"
선형도 속으로 웃었다. 그러고 말이 없다. 목사는 좀 무안하게 되었다. 성례하여야 한다는 편에도 아무 이유가 없고,
아니 해야 한다는 편에도 아무 이유가 없다. 혼인을 하는 것도 무슨 이유나 자신이 없이 하였거든 성례를 하고 아니 함
에 무슨 이유나 자신이 있을 리가 없다. 장난 모양으로 혼인이 결정되고 장난 모양으로 공부를 마치고 성례하기로 결정하
였다. 그러고 일동은 가장 합리(合理)하게 만사를 행하였거니 하였다. 하느님의 성신의 지도를 받았거니 하였다. 위험한
일이다.
형식은 김장로 집 대문을 나섰다. 수증기 많은 여름밤 공기가 땀난 형식의 몸에 불같이 지나간다. 그것이 형식에게 지극
히 시원하고 유쾌하였다. 형식은 반작반작하는 하늘의 별과 집집의 전등과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슬적슬적 보면서 더할
수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자기의 운수에 봄이 돌아온 것 같다. 선형은 아내가 되었다.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내 것이 되었다. 그러고 미국에 가서 대학교에 들어가서 학사가 되고 박사가 될 수 있다. 사랑스러운 선형과
한차를 타고 한배를 타고 같이 미국에 가서 한집에 있어서 한학교에서 공부할 수가 있다. 아아, 얼마나 즐거울는지.
그러고 공부를 마치고 나서는 선형과 팔을 겯고 한배로 한차로 본국에 돌아와서 만인의 부러워함과 치하함을 받을 수가 있
다. 아아, 얼마나 즐거울는지. 그러고 경치도 좋고 깨끗한 집에 피아노 놓고 바이올린 걸고 선형과 같이 살 것이다.
늘 사랑하면서 늘 즐겁게...... 아아, 얼마나 기쁠는지. 형식은 마치 어린아이 모양으로 기뻐하였다. 장래도 장래려
니와 지금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이 더할 수 없이 기쁘다. 그래서 이 생각하는 동안을 더 늘일 양으로 일부러 광화문
앞으로 돌아서 종로를 지나서 탑골공원을 거쳐서...... 그래도 집에 돌아오는 것이 아까운 듯이 집에 돌아왔다. 마음
속에는 눈앞에는 고개를 수그리고 앉았는 선형의 모양이 새겨져 있다. 그러고 그 모양으로 보면 볼수록 더욱 사랑스러워지
고 더욱 어여뻐진다. 형식은 대문 밖에서 한참 주저하였다. 이제는 내가 이러한 대문으로 출입할 사람이 아니로구나 하였
다. 자기는 갑자기 귀해지고 높아진 듯하였다. 그래서 주먹으로 대문을 한번 치고 혼자 웃으며 마당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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