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iazka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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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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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때에 벌써 약혼을 하였던가" 하고 지나간 일에 실망을 한다. 자기의 지나간 생활이 더욱 슬퍼지고 원통하여진
다. 자기는 세상에 속아서 사나마나 한 생활을 해온 것 같고 지금껏 전력을 다하여 오던 것이 아무 뜻이 없는 것 같아
서 실망과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더구나 자기는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형식을 생각하여 왔거늘 형식은 자기를 초
개같이밖에 아니 여기는 것 같다.
"언니, 왜 그런지 원통한 생각이 나요."
"그러나 장래가 있지 않냐" 하고 힘껏 영채를 안아 준다.
형식은 즉시 영채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이전에 보았던 영채의 얼굴은 다 잊어버린 듯하여 꼭 한번 새로이 보아야만 할
것 같다. 꼭 죽은 줄 알았던 영채의 얼굴은 한번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앞에 앉은 선형을 보매 차마 영채를 보러 갈
용기가 아니 난다. 형식은 선형의 얼굴을 보았다. 선형은 무슨 실망한 일이나 있는 듯이 반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았
다. 그러다가 이따금 형식을 슬쩍 보고는 불쾌한 듯이 도로 눈을 감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기도
한다. 선형의 눈과 형식의 눈이 마주칠 때마다 형식의 몸에는 후끈후끈하는 기운이 돈다.
같은 차실에 있는 승객들은 대개 잠이 들었다. 형식도 뒤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러고 아무 생각도 아니 하리라 하는
듯이 한번 몸을 흔들고 두 손을 마주잡아 배 위에 놓았다. 그러나 형식의 마음은 형식의 뜻을 좇지 아니하고 폭풍에
물결치는 바다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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