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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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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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다시 앉아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러고 자기의 과거를 생각하였다. 형식은 과연 오늘날까지 일찍 계집을 본 적
이 없었다. 이십사 세가 되도록 계집을 본 적이 없다 하면 극히 정결한 청년이라 할지라. 그러나 형식은 진실로 뜻이
굳고 마음이 깨끗하여 이러한 정절을 지켜 온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고 형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일찍 동경에 있을 때에
어떤 여자가 주인 노파를 통하여 형식에게 사랑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때에 형식은 주저함도 없이 그 청구를 거절하였
다. 그 후에도 두어 번 청구가 있었으나 여전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형식의 마음이 과연 이처럼 깨끗하였던가. 형식의
양심의 힘이 과연 이렇게 굳세었던가. '그게 말이 되오? 못 하지요!' 하고 굳세게 거절한 뒤에 형식의 마음은 도리어
이 거절한 것을 후회하였다. '내가 못생겼다. 왜 거절을 하여!' 하고 다시 청구를 하거든 슬그머니 못 견디는 체하
리라 하였다. 즉 이 청구를 거절한 것은 형식의 마음이 아니요, 형식의 입이었다. 형식은 '어떠시오?' 하고 빙그레
웃는 그 주인 노파의 말에 '좋소' 하기가 부끄러워서 '아니오!' 한 것이나, 그 주인 노파가 만일 형식의 '아니오!
'를 '좋소'로 들어 주어, 어느 날 저녁에 그 여자를 데려다가 형식의 방에 넣어 주었더면 형식은 그 노파를 '괘씸하
다' 하고 원망하였을까. 형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 후에 하루 저녁은 그 여자가 주인 노파의 방에 와서 잤다. 그날
형식이가 자리를 펼 때에도 노파가 슬그머니 눈짓을 하였다. 그러나 형식은 소리를 가다듬어, '아니오!' 하였다. 그
러고는 그 노파가 이 '아니오!'를 반대로 들어 주기 위하여 유심하게 웃었다. 노파도 웃었다. 그러고는 자리에 누워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그 여자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혹 일도 없이 뒷간에 오르내리면서 헛기침도 하였다. 그 이튿날 아
침에 형식은 주인 노파가 너무 정직한 것을 한하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형식은 고개를 흔들며 한번 더,
"처녀 될 리가 만무하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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