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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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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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의 눈에 늠실늠실하는 대동강이 보인다. 영채가 어떤 조고마한 바윗등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두 손에 치맛자락을 들고
물 속에 뛰어들려 한다. 그때에 자기가 "월향아, 월향아, 내가 잘못하였다. 내가 죽일 년이다" 하고 뒤로 뛰어들어
가 월향을 붙들려 하였다. 그러나 월향은 고개를 돌려 씩 웃고 "흥, 틀렸소. 내 몸은 더러웠소!" 하면서 그만 물
속에 들어가고 만다. 자기는 그 바윗등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월향아, 내가 잘못하였구나? 네 몸을 더럽히게 한 것이
내로구나. 월향아? 용서하여라" 하는 듯하다. 그러고 어저께 "할 수 없소. 죽으려니까" 하고 실망하는 김현수더러
"여봅시오, 남자가 그렇게 기운이 없소? 한번 이러면 그만이지!" 하고 눈을 찡긋하여 김현수에게 월향을 강간하기를 권
하던 생각이 난다. 옳다, 그렇다, 월향의 정절을 깨트린 것은 내로구나, 월향을 죽인 것은 내로구나, 하고 가슴이 타
는 듯하여 입으로 숨을 쉬면서 또 한번,
"아이구,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하고 안타까운 듯이 두 무릎으로 방바닥을 탁탁 친다. 형식은 지금껏 이 비극을
일으킨 것이 다 저 더러운 뚱뚱한 더러운 노파라 하여 가슴이 아프고 원망이 깊을수록, 지극히 미워하는 눈으로 노파를
흘겨보더니, 노파가 심하게 고민하는 양을 보고 '네 속에 졸던 영혼이 깨었구나' 하면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리던
도적을 생각하였다. 그러고 저 노파는 역시 사람이라, 나와 같은 영채와 같은 사람이라 하는 생각이 나서 노파의 괴로워
하는 모양이 불쌍히 보인다. 그러나 형식은, 노파가 아까 자기더러 '나는 누구신 줄도 모르고' 하던 것을 생각하니 금
시에 동정하는 마음이 스러지고 아까보다 더한 싫고 미운 생각이 난다. 그래서 형식은 한번 더 노파를 흘겨보았다. 노파
는 형식의 흘겨보는 눈을 보고 또,
"아이구, 이 일을 어째요" 하고 무릎으로 방바닥을 친다. 우선은 묵묵히 앉았더니 형식더러,
"여보, 얼른 평양경찰서에 전보를 놓고 밤차로 노형이 평양으로 가시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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