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ro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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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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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형식에게는, 선형은 없지 못할 사람이었다. 형식의 생각에 자기의 전일생은 오직 선형의 위에 달린 듯하였다. 선
형이가 설혹 자기더러 '보기 싫다, 가거라' 하더라도, 또는 얼굴에 침을 뱉고 발길로 차더라도 불가불 선형의 치맛자락
에 매어달려야 하겠다. 김장로의 집에 가기가 불쾌하고 선형을 대하기가 불쾌하다 하더라도 그 불쾌한 것이 오히려 아주
사랑하는 자를 잃어버리고 실망하여 슬퍼하는 것보다 나았다. 전신이 불구덩에 들어가는 것보다 한 팔이나 한 다리를 베어
내는 것이 나았다.
이렇게 형식은 그 동안 괴로운 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떠나기 한 이삼 일 전부터 장로 부처의 형식에게 대한 태도는 극
히 친절하게 변하였고, 선형도 더욱 은근하고 가깝게 굴었다. 형식은 겉정(인심)의 반복의 믿을 수 없음을 의심하면서도
하늘에 오를 듯이 기뻤다. 더구나 떠나기 전날 장로 부처가 자기와 선형을 불러 놓고 자기네 두 사람을 위하여 간절한
기도를 올린 뒤에 연해 '너희 둘이'라 하여 가며 여러 가지로 훈계를 할 때에는 형식은 세상에 나와서 처음 보는 기
쁨을 깨달았다. '너희 둘이'라는 말이 자기와 사랑하는 선형과를 한몸을 만드는 듯하였다. 그때에는 선형도 형식을 슬쩍
보고 쌍끗 웃었다. 네 사람은 이 순간이 영원히 있기를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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