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ap · 무정
Sayfa 71 / 374
Yaza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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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가 생각하기를, 이런 줄을 자각한 자기의 책임은 아무쪼록 책을 많이 공부하여 완전히 세계의 문명을 이해하고
이를 조선 사람에게 선전함에 있다 하였다. 그가 책에 돈을 아끼지 아니하고 재주 있는 학생을 극히 사랑하며 힘있는
대로 그네를 도와 주려 함도 실로 이를 위함이라.
그러나 '천 원'을 어찌하는고 하고 형식의 마음은 괴로웠다. 전달에 탄 월급 삼십오 원 중에 오 원은 플라톤 전집 값
으로 동경 책사에 부치고 십 원은 학생들에게 갈라 주고, 팔 원은 주인 노파에게 밥값으로 주고, 이제 그 돈지갑에 남
은 것이 오 원 지표 한 장과 은전이 좀 있을 뿐이라. 아아, '천 원'을 어찌하는가 하고 형식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
간다. '천 원! 천 원!' '천 원'이 어디서 나는가. 형식은 손수건으로 땀을 씻으며, "천 원이 어디서 나는가"
하고 소리를 내어 탄식하였다. 이렁저렁 교동 자기 숙소 앞에 다다랐을 때에 어떤 청년 이삼 인이 모두 번쩍하는 양복
에 반쯤 취하여 비스듬히 인력거를 타고 기생을 앞세우고 기운차게 방울을 울리며 철물교를 향하여 내어닫는다. 형식은 성
큼 뛰어 인력거를 피하여 주고 우뚝 서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여섯 채 인력거를 보고, "천 원이 있기는 있구나!
" 하였다. 과연 지금 기생을 앞세우고 인력거를 몰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천 원'이 아니라 '만 원'도 있기는 있다.
형식은 이윽히 그 자리에 섰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바람 한 점 아니 들어오는 자기의 숙소로 들어갔
다.
집에 들어가니 노파가 점심을 짓다가 부엌으로서 나오며,
"어째 오늘은 이르셔요? 학교가 없어요?"
형식은 모자와 두루마기를 방에 홱 집어던지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옷고름을 끄르고 부채를 부치며 화나는 듯이,
"흥, 삼사년급 학생들이 동맹 퇴학을 하였답니다."
"또? 또 배학감인가 한 양반이 어떤 게로구면" 하고 치마로 땀을 씻으며 형식의 얼굴을 보더니,
"왜? 어디가 불편하셔요?"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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