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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za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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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이 영채를 땅에 누일 때, 영채는 웬일인지 모르거니와 갑자기 대단한 무서움이 생겨 발길로 그의 가슴을 힘껏 차고 
으아 하고 소리를 내어 울었다. 악한은 푹 꺼꾸러졌다. 영채가 아무리 약하고 어리더라도 죽을 악을 쓰고 달려드는 악한
의 가슴을 찼으니, 불의에 가슴을 차인 악한은 그만 숨이 막힘이라. 영채는 악한이 거꾸러지는 것을 보고 벌떡 일어나서
 도로 일어나려는 악한의 얼굴에 흙과 모래를 쥐어뿌리고 정신없이 발 가는 대로 달아났다. 얼마를 정신없이 달아나다가 
우뚝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아니하고 새벽 바람이 땀 흐르는 얼굴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그러나 영채의 눈에는 뒤에 얼른얼른 그 악한의 따라오는 그림자가 보이는 듯하고, 또 그 악한의 손에는 피 흐르는 칼날
이 번적번적하는 듯하여 또 한번 으아 하고 뛰기를 시작하였다. 얼마를 뛰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뒤에 지금껏 잊어버렸
던 개가 입에 희끄무레한 무엇을 물고 따라온다. 영채는 반겨 그 개를 안았다. 그러나 그 개의 몸에는 온통 피투성이요
, 더구나 영채가 그 개의 머리를 안을 때에 개의 목에서 솟는 피에 손이 젖음을 깨달았다. 영채는 놀라서 한 걸음 물
러났다. 개는 킁킁 하고 두어 번 짖더니 그만 다리를 버둥버둥하고 땅에 거꾸러진다. 영채는 어쩔 줄을 모르고 멍멍하니
 섰다가 개의 입에 물었던 희끄무레한 것을 집었다. 아직 희미한 새벽빛이 언마는 그것이 아까 그 악한의 저고리 옷자락
인 줄을 알았다. 개는 그 악한과 오랫동안 싸워 마침내 그 악한을 물어 메뜨리고 주인에게 그 뜻을 알리려고 그 악한의
 저고리 옷자락을 물어 온 것이라. 그러나 그 개도 악한에게 발길로 차이고, 주먹으로 맞고, 입으로 물려 여러 군데 
살이 떨어지고 피가 흐르고, 그 중에도 왼편 갈빗대가 둘이나 꺾어져서 심장을 찢은 것이라. 제 목숨이 얼마나 남은지도
 모르고 불쌍한 주인을 따라와 제가 그 주인을 위하여 원수 갚은 줄을 알리고 그 사랑하던 주인의 발부리에서 죽고자 함
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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