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ap · 무정
Sayfa 346 / 374
Yaza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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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가 속으로 자기와 영채를 비교할 것을 생각해 본다. 영채는 참 곱다. 그러고 영리하고 다정하게 생겼다. 선형도
자기가 친히 거울을 대하거나 남의 칭찬하는 말을 들어 자기의 얼굴이 어여쁘고 태도가 얌전한 줄을 안다. 그 중에도 자
기의 맑은 눈이 여러 사람의 칭찬을 받는 줄을 안다. 그러므로 선형은 자기와 연치가 비슷한 여자를 볼 때에는 반드시
그 얼굴을 자세히 보고, 또 속으로 자기의 얼굴과 비교해 보는 버릇이 있다. 아까도 영채를 보고 곧 자기의 얼굴과 비
교해 보았다. 그때에 선형은 매우 영채를 곱게 보았다. '친해 두고 싶은 사람이로군' 하였다. 그러나 알고 본즉, 그
는 다방골 기생이다. 형식이가 자기의 얼굴과 더러운 기생의 얼굴을 비교할 것을 생각하매 더할 수 없이 괘씸하다. 영채
의 얼굴이 비록 곱다 하더라도 그것은 기생의 얼굴이다. 내 얼굴이 비록 영채의 것만 못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양반집 처
녀의 얼굴이다. 어찌 감히 비기랴 한다.
형식의 끈끈한 것을 보건대 당당한 여학생인 자기보다도 아양을 떨고 간사를 부리는 영채를 곱게 볼 것 같다. 영채가 무
엇이냐, 다방골 기생이 아니냐, 하여 본다.
형식이가 계월향이라는 기생과 좋아하다가 평양까지 따라갔다는 말을 들을 제 형식을 조곰 의심하게 되고, 그 후 형식이가
자기더러 '나를 사랑하시오?' 하고 염치없는 소리를 물으며, 나중에 자기의 손을 잡을 때에 '과연 기생집에나 다니던
버릇이로다' 하였고, 지금 와서 선형은 더욱 형식을 더럽게 본다. 한참 악감정이 일어난 이 순간에는 선형의 보기에
형식은 모든 더러운 것, 악한 것을 다 갖춘 사람 같다.
'아이 어찌해!' 하고 화가 나는 듯이 선형은 고개를 짤레짤레 흔든다. 자기의 앞에, 형식의 빈자리에 허깨비 형식을
그려 놓고, '엑, 나를 속였구나' 하고 두어 번 눈을 흘겨 본다. 그러고는 또 한번 속에 불이 일어서 몸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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