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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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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이라 모른다기는 참 부끄러운 것이라 선형은 가지나 붉은 뺨이 더 붉어지며,
"이전에는 외웠더니 다 잊었습니다."
"그러면 에이, 비, 시, 디부터 시작하리까요?"
"녜" 하고 둘이 함께 대답한다.
"그러면, 그 공책과 연필을 주십시오. 제가 에이, 비, 시, 디를 써 드릴 것이니."
선형이가 두 손으로 공책에다 연필을 받쳐 형식을 준다. 형식은 공책을 펴놓고 연필 끝을 조사한 뒤에 똑똑하게 a, b
, c, d를 쓰고, 그 밑에다가 언문으로 '에이' '비' '시' 하고 발음을 달아 두 손으로 선형에게 주고 다시 순
애의 공책을 당기어 그대로 하였다.
"그러면 오늘은 글자만 외기로 하고 내일부터 글을 배우시지요. 자 한번 읽읍시다. 에이." 그래도 두 학생은 가만히 
있다.
"저 읽는 대로 따라 읽읍시오. 자, 에이, 크게 읽으셔요. 에이." 형식은 기가 막혀 우두커니 앉았다. 선형은 웃음
을 참느라고 입술을 꼭 물고, 순애도 웃음을 참으면서 선형의 낯을 쳐다본다. 형식은 부끄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여 
당장 일어나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난다. 이때에 장로가 나오면서,
"읽으려무나, 못생긴 것. 선생님 시키시는 대로 읽지 않고."
그제야 웃음을 그치고 책을 본다. 형식은 하릴없이 또 한번,
"에이."
"에이."
"비."
"비."
"시."
"시."
이 모양으로 '와이' '제트'까지 삼사 차를 같이 읽은 후에 내일까지 음과 글씨를 다 외우기로 하고 서로 경례하고 학
과를 폐하였다.
형식은 김장로 집에서 나와서 바로 교동 자기 객주로 돌아왔다. 마치 술취한 사람 모양으로 아무 생각도 없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다만 일년 넘어 다니던 습관으로 집에 왔다. 말하자면 형식이가 온 것이 아니요, 형식의 발이 형식을
 끌고 온 모양이라.
주인 노파가 저녁상을 차리다가 치마로 손을 씻으면서,
"이선생 웬일이시오" 하고 이상하게 웃는다. 형식은 눈이 둥글하여지며,
"왜요."
"아니, 그처럼 놀라실 것은 없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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