图书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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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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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남자로되 지난 칠팔 년을 고생과 눈물로 지냈거든 하물며 연약한 어린 여자로 오죽 아프고 쓰렸으랴. 형식은 그
동안 지낸 일을 알고 싶어, 우는 영채의 어깨를 흔들며,
"울지 말으시오. 자, 말씀이나 들읍시다. 녜, 일어앉으세요."
울지 말라 하는 형식이도 아니 울 수가 없거든 영채의 우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
"자, 일어나시오."
"녜, 자연히 눈물이 납니다그려."
"......"
"선생을 뵈오니 돌아가신 부친님과 오라버님들을 함께 뵈온 것 같습니다" 하고 또 울며 쓰러진다. '돌아가신!' 박진사
삼부자는 마침내 죽었는가. 집을 없이하고, 재산을 없이하고, 마침내 몸을 없이하였는가. 불쌍한 나를 구원하여 주던
복 있는 집 딸이 복 있던 지 사오 년이 못 하여 또 불쌍한 사람이 되었는가. 세상일을 어찌 믿으랴. 젊은 사람의 생
명도 믿을 수 없거든 하물며 물거품 같은 돈과 지위랴. 박진사가 죽었다 하면 옥중에서 죽었을지니, 같은 옥중에 있으면
서 아들들이나 만나 보았는가. 누가 임종에 물 한 술을 떠넣었으며, 누가 눈이나 감겼으리요. 외롭게 죽은 몸이 섬거적
에 묶이어 까마귀 밥이 되단 말가. 그가 죽으매 슬퍼할 이 뉘뇨. 막막하게 북망으로 돌아갈 때에 누가 눈물을 흘렸으리
요. 그가 위하여 눈물 흘리던 세상은 다시 그를 생각함이 없고, 도리어 그의 혈육을 핍박하고 회롱하도다. 하늘이 뜻이
있다 하면 무정함이 원망스럽고, 하늘이 뜻이 없다 하면 인생을 못 믿으리로다.
"돌아가시다니,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어요?"
"녜, 옥에 가신 지 이태 만에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아버님 돌아가신 지 보름 만에 오라버니 두 분도 함께 돌아가셨
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한 말은 알 수 없으나 옥에서는 병에 죽었다 하고 어떤 간수의 말에는, 첨에 아버님께서 굶어 돌아가시고 그 다음
에 맏오라버니께서 또 굶어 돌아가시고, 맏오라버니 돌아가신 날 작은오라버니는 목을 매어 돌아가셨다고 합데다" 하고 말
끝에 울음이 복받쳐 나온다. 형식도 불식부지간에 소리를 내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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