图书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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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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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떨리는 손으로 봉투의 한편 끝을 잡았다. 그러나 형식은 차마 떼지 못한다. 그 손은 점점 더 떨리고 그 얼굴의
근육(筋肉)은 점점 더욱 긴장(緊張)하여진다. 우선은, "어서, 어서!" 하고 봉투를 떼기를 재촉한다. 노파는 저
속에서 무슨 말이 나오겠는고 하고, 봉투의 한편 끝을 잡은 형식의 손만 본다. 세 사람의 가슴은 엷은 여름 옷 아래서
들먹들먹하고, 세 사람의 등에는 땀이 내어 배었다. 문 앞에 서서 방 안을 들여다보던 고양이가 지붕에 참새를 보고
'냥' 하면서 뛰어간다. 형식의 떨리는 손은 마침내 그 봉투의 한편 끝을 찢었다. 찢는 소리가 대포 소리와 같이 세
사람의 가슴에 울렸다.
떨리는 형식의 손에는 편지가 들렸다. 그러고 한편 끝이 떨어진 봉투는 형식의 무릎 위에 떨어졌다. 노파는 앉은 대로
한 걸음 몸을 움직여 형식의 곁에 가까이 오고, 우선은 몸과 고개를 형식의 어깨 곁으로 굽혔다. 형식의 가슴은 펄떡펄
떡 뛰고, 우선과 노파의 눈은 유리로 만든 것 모양으로 가만히 형식의 손이 한 간씩 한 간씩 펴는 편지 글자 위에 박
혔다. 형식은 슬픔을 억제하는 듯이 어깨를 두어 번 추더니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흐르는 듯한 궁녀체 언문으로 썼다.
우선과 노파의 전신의 신경(神經)은 온통 귀와 눈으로 모였다. 형식은 '이형식 씨 전 상서(李亨植氏前上書)'라 한
것은 빼어놓고 본문부터,
"어젯저녁에 칠 년 동안이나 그리고 그리던 선생을 (뵈오매, 마치 이미 세상을) 버리신 어버이를 대한 듯하여 기쁘기
그지없었나이다. 칠 년 전 선생께옵서 안주를 떠나실 때에 집 앞 버드나무 밑에서 이 몸을 껴안으시고, 잘 있거라 다시
는 볼 날이 없겠다 하시고 눈물을 흘리시던 것과, 그때에 아직도 열두 살 된 철없는 이 몸이 선생의 가슴에 매어달리며
가지 마오, 어디로 가오, 나와 같이 갑시다, 하던 것을 생각하오매 자연히 비감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소리를 내어
울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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