图书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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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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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그 어린 기생의 말과 모양을 보고 무슨 맛나는 좋은 술에 반쯤 취한 듯한 쾌미를 깨달았다. 마치 몸이 간질간질
한 듯하다. 더구나 그 기생이 자기의 무릎에 손을 짚을 때와 불을 떨어뜨리고 그 조고마한 손으로 자기의 넓적다리를 가
만가만히 때릴 때에는 마치 몸에 전류를 통(電流通)할 때와 같이 전신이 자릿자릿함을 깨달았다. 형식은 생각하기를 자기
의 일생에 그렇게 미묘(微妙)하고 자릿자릿한 쾌미를 깨닫기는 처음이라 하였다. 그 어린 기생의 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광선(光線)을 발하여 사람의 정신을 황홀하게 하고, 그 살에서는 알 수 없는 미묘한 분자가 뛰어나 사람의 근육(筋肉
)을 자릿자릿하게 하는 것이라 하였다.
형식은 선형을 생각하고, 일전 선형과 마주앉았을 때에 깨닫던 즐거움을 생각하고, 또 자기가 희경을 대할 때마다 맛보던
달콤한 맛과 기타 정다운 친구를 대할 때에 맛보던 즐거움을 생각하고, 또 차 속이나 배 속이나 길가에서 처음 보는
사람 중에도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자가 있음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모든 그러한 즐거움 중에 지금 그 어린 기생
이 주는 듯한 즐거움은 처음 본다 하였다. 그러고 그 이유는 그 어린 기생의 얼굴과 태도와 마음이 아름다움과 피차에
아무 욕심도 없고 아무 수단도 없고 아무 의심도 없고 서로서로의 영(靈)과 영(靈)이 모든 인위적(人爲的)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적나라(赤裸裸)하게 융합(融合)함에 있다 하며, 또 이렇게 맛보는 즐거움은 하늘이 사람에게 주신 가장 거
룩한 즐거움이라 하였다. 각 사람의 속에는 대개는 서로 보고 즐거워할 무엇이 있는 것이어늘, 사람들은 여러 가지 껍데
기를(껍데기로) 그것을 싸고 싸서 흘러나오지 못하게 하므로 즐거워야 할 세상이 그만 냉랭하고 적막한 세상이 되고 맒이
라 하였다. 그 중에도 얼굴과 마음이 아름답게 생기거나, 혹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조각(彫刻)을 하며, 시(詩)를
짓는 사람은 이 인생을 즐겁게 하는 거룩한 천명(天命)을 가진 자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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