图书 ·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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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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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은 아직 사람을 미워하여 본 적이 없었다. 팔자 좋은 선형은 미워하려도 미워할 사람이 없었다. 자기를 대하는 사람
은 다 자기를 귀여워해 주고 칭찬해 주었다. 학교에서 몇 번 선생을 미워하여 본 적은 있었으나 '아이구 미워.....
.' 하고 얼굴을 찡글도록 누구를 미워할 기회는 없었다. 형식은 선형에게 첫번 미움을 받는 사람이다.
형식의 얼굴이 눈앞에 보인다. 그 얼굴이 어찌해 뻔질뻔질해 보이고 천해 보인다. 선형은 그 얼굴을 아니 보려고 눈을
두어 번 감았다 떴다 하며 손으로 땀에 축축하니 젖은 머리를 뻑뻑 긁었다.
형식은 지금 무엇을 하는가, 영채와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가, 하여 본다. 쌍긋쌍긋 웃는 영채가 보인다. 그 하
얗고 동그레한 얼굴이 요물스럽게 보인다. '무엇이 고와, 그 얼굴이 고와!' 하고 발을 한번 들었다 놓는다. 그러고
그 요물스러운 영채가 고개를 갸웃갸웃하여 가며 (형식을 호리는 것이 보인다. 그러면) 형식은 그 넓짓한 입을 헤벌리고
흥흥 하면서 징글징글한 웃음을 웃는다.
'아이그, 꼴보기 싫어!' 하며 선형은 두 손길을 펴서 이마에 댄다. '왜 이 사람이 아직 아니 오누' 하며 자리를
한번 옮아 앉는다.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많아!' 하매 차마 견딜 수가 없어서 한번 일어났다가 앉는다. 형식이가 돌
아오거든 실컷 분풀이를 하고 싶다. '너희들끼리 더럽게 잘 놀아라' 하고 침을 탁 뱉고 달아나고도 싶다. '아이쿠,
내 팔자야!' 하고 함부로 몸을 흔든다. 한번 더 '어쩌면 좋아!' 하고 푹 쓰러져 운다.
선형도 계집애다. 질투와 울기를 이리하여 배웠다.
형식이가 영채한테 간 지가 두 시간이나 세 시간이나 된 것 같다. 퍽도 오래 있는 것 같다. 오래 있는 것 같을수록
선형의 마음이 더욱 산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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